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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Jul 02. 2022

사실과 의견_상반된 보고 1

임진왜란 직전, 황윤길과 김성일 두 통신사의 서로 다른 보고

선조 24년(1591) 봄 3월, 통신사 황윤길(黃允吉) 등이 일본에서 돌아왔는데 왜국의 사신 평조신(平調信, 다이라 시게노부) 등도 함께 왔다. 황윤길이 그간의 실정과 형세를 치계(馳啓)하면서 "필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복명(復命)한 뒤에 상이 불러 하문하니, 황윤길은 전일의 치계 내용과 같은 의견을 아뢰었는데 김성일(金誠一) 이 아뢰기를, “그러한 정상은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황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인심이 동요되게 하니 일의 마땅함에 매우 어긋납니다”라고 하였다. 상이 하문하기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어떻게 생겼던가?” 하니, 황윤길이 아뢰기를,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인 듯하였습니다” 하고, 김성일은 아뢰기를, “그의 눈은 쥐와 같아서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됩니다” 하였다. 이는 김성일이 일본에 갔을 때 황윤길 등이 겁에 질려 체모를 잃은 것에 분개하여 말마다 이렇게 서로 다르게 말한 것이었다. 『국조보감』권30, 선조 24년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모든 것은 견해에 달렸다" - 세네카

("Omnia ad opinionem suspensa sunt", "Everything depends opinion", -Seneca) 


"인간의 행동은 자신의 견해에서 비롯된다" - 아들러. 

("I am convinced that a person's behavior springs from his opinion" - Adler)


"나는 우리 시대에서 가장 더럽고, 가장 썩어빠진 게 바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니까 언어로 사람이 소통하는 게 아니라 단절되는 비극이 벌어졌죠...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까닭은, 그 사람의 생각이 당파성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자기 당파성을 정의, 진리라고 말하다 보니 정말로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 소설가 김훈


김훈은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그의 유명한 소설 "칼의 노래"에서 첫 문장의 조사 하나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고 한다.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인데  "..꽃은.."이 아니라 "꽃이"라고 한 이유는 "꽃은 피었다"는 의견이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사실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의견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선조의 질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어떻게 생겼던가?”였다. 황윤길의 답은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인 듯하였습니다”였고, 김성일의 대답은 “그의 눈은 쥐와 같아서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됩니다”였다. 둘 다 의견을 말한 것이다. 황윤길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고 했고 김성일은 그럴 일 없다고 했다. 그것이 1591년의 일이었고 이듬해 일본은 조선을 침략했다. 황윤길과 김성일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일본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도 그리고 그 사실을 기반으로 말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 가지, 황윤길과 김성일의 의견에 대한 판단은 선조와 조정 대신들을 몫이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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