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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Dec 29. 2021

"관용과 타인 존중"에 대하여

2017~2020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s Survey)"라는 것이 있다. 같은 이름의 국제 비영리 단체에서 시행하며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https://www.worldvaluessurvey.org) 여러 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World Values Survey Wave 7 (2017-2020) 결과 중 "관용과 타인 존중"(Tolerance and respect for other people)에 대한 설문 결과를 살펴본다.


질문 내용은 이렇다.

"Here is a list of qualities that children can be encouraged to learn at home. Which, if any, do you consider to be especially important? Please choose up to five. Tolerance and respect for other people" (에서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항목으로서, 관용이나 타인에 대한 존중을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여기십니까?)


이 질문에 대해 각 나라별로 "중요하다"라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이 이 설문 결과이다. 51개국의 평균은 62.9% 였다. 우리나라는 50.8%로 평균보다 약 12% 낮다. 가장 높은 나라는 독일(84%)이고 가장 낮은 나라는 타지키스탄(40%)이다. 몇 나라의 점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호주 79.7%, 브라질 61.4%, 캐나다 71.3%, 타이완 72.6%, 중국 60.5%, 그리스 45.9%, 홍콩 69.8%, 인도네시아 45.1%, 이란 40.5%, 이라크 72.2%, 일본 62.6%, 말레이시아 69.0%, 멕시코 66.9%, 뉴질랜드 82.7%, 파키스탄 42.4%, 페루 63.6%, 필리핀 56.2%, 러시아 56.2%, 싱가포르 64.5%, 베트남 46.3%, 짐바브웨 72.7%, 태국 51.8%, 튀니지 81.4%, 터키 63.3%, 이집트 78.1%, 미국 70.8%. 우리나라보다 점수가 낮은 국가는 많지 않다.


관용에 대한 유사한 국제 조사 결과를 아래와 같이 인용한다.

출처 : 참여연대 (2020)
출처 : 참여여대(2000)


한편,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갤럽을 통해 조사한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스스로가 한민족의 장점에 대해 순위를 매긴 것이 있는데 위의 결과와 연결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은 우리 스스로의 장점으로 부지런함(52%)을 최고로 뽑았다. 이어서 '인정이 많음(27.9%)', '책임감이 강함(19.4%)'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반면에 가장 낮은 비율 차지한 항목(즉,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한민족의 특징)을 살펴보면 '평화애호(2.3%)', '진취적(2.9%)', '여유(3.9%)', '관용성(4.4%)' 순이다. 즉 우리 스스로도 관용성이 높지 않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홈페이지


관용을 다른 말로 하면 너그러움이다. 영어로는 tolerance, 흔히 프랑스식 발음으로 똘레랑스라고 한다. 다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 가치, 문화, 스타일에 대한 존중이다. 타자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위해서는 나 자신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인내심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타인에게는 타인이다. 내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만큼 타인도 나를 그렇게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 먼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회의 너그러움의 정도는 그 개별 구성원들의 너그러움의 크기와 비례할 것이다. 


너그러움은 타인에게만 적용되는 덕목은 아니다. 자신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 너그럽지 못한 사람은 쉽게 화를 낸다.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분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게 되면 극단적으로는 스스로의 생명을 해치기도 한다. 관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인 유데모니아(Eudaimonia)에서 말하는 12가지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심리치료 이론 중 하나인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 타인이나 자신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이나 가치관을 수정하는 것을 중요한 치료과정으로 여긴다. 엘리스(Ellis)의 합리적 정서치료에서는 4가지 핵심적인 비합리적 신념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와 타인에 대한 경멸(damning oneself and others)'이다. 이런 비합리적 신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어떤 하나의 행동으로 전체 인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비합리적 신념을 버리기 위해서는 나도 남도 모두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 되며 관용이 어떤 사안을 판단하지 않기 위한 핑곗거리로 사용되어서도 안된다. 시비를 가리는 것과 너그러움은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평소 필자는 타인에게는 좀 더 관대하고 스스로에게는 조금 더 엄격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필자가 무슨 대단한 도덕적 가치관이 있어서가 일반적인 인간의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어서 '내로남불'처럼 자기 합리화를 하거나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과 같은 귀인 오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관용 효과(Leniency Effect)와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라는 것도 있는데 관용 효과란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부정적 평가보다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경향, 즉 타인을 관대하게 보아주려는 경향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 좋은 평과와 나쁜 평가를 같이 양으로 듣게 되면 즉, 장점과 단점을 똑같이 5개씩 들었다고 하면 단점을 훨씬 더 중요하고 믿을만한 정보로 여기고 그 사람에 대한 단점을 더 잘 기억하게 되는데 이를 부정성 효과라고 한다. 이는 타인의 단점을 잘 말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관용 효과) 속에서 타인에 대한 단점이 더 중요한 정보라고 여겨지지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에 대해서 평을 할 때는 늘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관용에 대한 법적인 사례 한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2013년 성전환 남성 30명이 가족관계 등록부 성별을 ‘여’에서 ‘남’으로 정정 청구한 사건(2013호파1406)에서 재판부는 '성별 정정을 허가한다'며 30명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는데, 이때 내렸던 판결문 중 일부이다. 


"민주사회의 특징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해하지 아니하는 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존경과 배려로 서로를 관용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관용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들과 편안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을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함께 할 공간을 내어 주는 것으로서 차이를 뛰어넘는 동등과 배려와 존중을 의미한다. "

 - 서울 서부지방법원 2013.11.19. 자 2013호파1406결정 중에서 -


마지막으로 성경의 고린더전서 13장 전문을 인용한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자료 1.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https://www.worldvaluessurvey.org/WVSDocumentationWV7.jsp

 자료 2.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 결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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