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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Nov 26. 2022

천개의 바람이 되어...

그리고 바람의 말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https://www.youtube.com/watch?v=jXnsn7NxBIY



시어(詩語)로서, 그리고 죽은이의 영혼을 표현하는 의미로서 '바람'이 이렇게 적절히 쓰인 예가 있을까? 영정 앞에서 울고 있을 그대에게 말한다. 나는 그곳에 없다고. 바람이 되어, 빛이 되어 눈이되어 종달새 되어 그리고 별이 되어 그대를 지켜주겠다고 한다. 그러니 울지 말라고.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이에 버금가는, 

영혼을 표현하는 시어로서 바람이 쓰인 마종기 시인의 시가 있다.

제목은 <바람의 말>이다. 

시인은 말한다.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 마종기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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