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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Jun 11. 2023

<있는 것은 아름답다> 사진전

충무아트센터 갤러리/2023.5월

오랜만에 사진전을 다녀왔다.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죽음과 죽어감' 연구의 선구자인 퀴블러 로스 박사의 메시지를 생각나게 하는 전시회였다. 나의 소감과 설명을 부연하기보다는 읽으면서 죽음학의 메시지와 구구절절 같다고 느꼈던 작가 앤드루 조지의 메시지로 대신한다. 


한때는 내 삶에서 몹시 중요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종종 기억에서 사라지곤 할 때마다, 나는 자신이 과연 가치관이라는 것을 가질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스러워진다. 가끔은 이 의문이 극단으로 치닫고, 마지막 순간에 나는 과연 무엇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길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가족이나 친구에게 배우는 것인가? 아니면 학교나 다른 단체 생활에서 배우게 되는 걸까?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 더 깊고 현명한 가치관이 생기는 것인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지켜보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죽음 자체를 그럴듯하게 부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이 결국은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중 몇몇은 자신이 결국은 사라지는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고, 이 미지의 여정에 용감하게 맞설 수 있는 것 같다. 바로 사진 속의 인물들 20명이 그러한데, 이들은 각각 생각보다 너무 이른 죽음에 맞닥뜨렸으면서도 이 사실을 평온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나를 숙연하게 했다.


이 사진들을 찍는데 지난 2년을 할애했다. 대면 인터뷰나 서면을 통해 지금 심정이 어떠한지 물었고 그 답변의 일부를 발췌해 사진과 같이 실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말로 하는 것이 편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글로 하는 것을 선호했다. 어떤 글들은 인생에서 깨친 것들을 짧게 적어 놓는 형식이고, 또 어떤 글들은 자신의 사연을 자세하게 풀어놓은 형식이다. 어느 쪽이든 정말 소중한 메시지들이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어법을 조금 바꾼 것이 몇 개 있을 뿐, 여기 실린 내용은 내 가 이 사람들에게 듣고 이해한 그대로이다. 


이 사람들은 각각의 삶의 환경이나 상황 등이 전혀 다르지만, 자신들의 사연과 가치관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고 서로 같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들이 병에 걸리기 전 무슨 일을 했는지, 또는 어떤 병과 싸우고 있는지 등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의연하게 지내며, 죽음이라는 무자비한 사실 앞에서도 삶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며 우리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여러분이 나와 같이 그들을 추모하고 그들이 남겨 준 메시지와 지혜를 소중히 간직하기를 바란다. (앤드루 조지, 서울, 2018년 여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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