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화
이 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인의 말처럼 우리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는 그날이 내일이지 내년일지 먼 훗날일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언제 가는 그날이 그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아니 기억해야 한다.
Memento mori.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