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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왔다

by 차준택 Spirit Care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왔다. 한 달에 한번 찾아뵙자고 마음먹었지만 늘 지키지 못한다. 혼자 계신 어머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간다. 어머니 댁은 역에 내리면 걸어갈 거리다. 어머니 댁이라고 했지만 어릴 적 내가 자란 동네고 내가 살던 집이다. 이 도시가 읍이었을 때나 시가 되고 나서나 역 근처는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곽으로 신시가지가 생기면서 이젠 구도심이 되었다.


역 앞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화과자를 샀다.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와 뙤약볕에 서울서부터 챙겨온 양산 아닌 우산을 펼쳐 쓴다. 역 앞 과장을 가로질러 신호등을 건너고 고향 친구가 하는 작은 카페를 지난다. 큰길에서 꺾어지기 전, 은행에 들러 어머니께 드릴 현금을 찾는다. 다니던 초등학교를 옆을 지나고 한 때는 번성했지만 지금은 모두 철거된 포장마차 거리를 지난다. 더워서이기도 하거니와 거리는 한산하다. 빈 상가도 눈에 띈다. 땀이 이마 위로 또 등 뒤로 비 오듯이 흐른다. 무더운 날씨에도 간간이 낮술을 걸치고 한 잔 더 할 장소를 찾아다니는 동네 아저씨들도 보인다. 내심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머지않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와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람인지 예상인지는 알 수 없다. 서울에 비하면 그래도 훨씬 덜 복작거리는 이런 중소 도시가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다. 아니 직접적으로 말하면 서울보다 시골이 좋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내려와서 살게 될 수 있을까도 짐작하곤 한다.


똑같은 바람과 나무와 하늘인 것 같아도 서울서 느끼고 보는 것과 시골의 그것과는 다르다. 어린 시절 각인된 느낌 때문일수도 있다.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고.


어린시절...고즈넉한 시골에 산들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소리를 낸다.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다. 흰구름이 지난다. 저 멀리 비행기 소리가 작고 낮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디선가 어렴풋이 아기 우는 소리인지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른할 정도로 평화로운 느낌은 어린 시절의 느낌인지 지금 추억하는 느낌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얼마 정도는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박하사탕>, 주인공이 들꽃을 한 번 보고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이다.

박하사탕1.JPG


그 유명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장면

박하사탕2.JPG

자주 내려가지도 못하면서 내려간 지 3시간 만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점심밥을 먹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를 탔다.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과 반찬은 언제나 맛있다. 어린 시절 그 맛 그대로다. 언제까지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어머니와 헤어질 때는 더 자주 내려오겠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다.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계셨을 거다.


문득 하늘을 올려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가? 당신의 산들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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