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에 대하여

by 차준택 Spirit Care

“지나간 일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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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Waste no fresh tears over old griefs.” 이미 지나간 슬픔에 새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

이 문장은, 한국 영화 〈신과 함께〉에서도 등장한다.


상실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
사람을 잃고, 관계를 잃고, 어떤 시절을 잃으면 우리는 그 순간에 오래 머문다.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왜 나는 그 순간에 그러지 못했을까


이 질문들은 모두 과거를 향해 있다.
문제는, 그 질문이 애도를 넘어서 자책과 형벌이 될 때다.

우리는 종종 이미 끝난 사건을 끝나지 않은 재판처럼 오늘의 나에게 계속 들이댄다.


“낭비하지 말라”는 말의 진짜 의미

에우리피데스의 문장이나〈신과 함께〉의 대사는 결코 이런 의미가 아니다.

“울지 마라”

“잊어버려라”

“강해져라”


오히려 그 반대다. 이 문장들이 말하는 것은 이미 충분히 흘린 눈물 위에

또다시 현재의 눈물을 쏟지 말라는 뜻에 가깝다.

애도는 필요하다. 상실은 애도 없이 지나갈 수 없다.
억지로 잊힌 슬픔은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충분한 애도는 ‘머무름’이 아니라 ‘통과’다

치유는 강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실의 아픔은 시간표대로 끝나지 않는다.

충분히 울 필요가 있다

충분히 그리워해야 한다

충분히 아파해야 한다


그러나 애도의 목적은 그 자리에 영원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안고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애도는 기억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기억이 삶을 마비시키지 않도록 자리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과거를 존중하되, 현재를 희생하지는 말자

지나간 일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지나간 일에 삶을 묶어두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과거를 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를 위해 오늘의 하루를 모두 바칠 필요는 없다.


울어야 할 만큼 울었다면,
이제는 묻지 말자.
“왜 그랬을까” 대신 이 질문을 남겨두자.

“이 남은 시간을,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 질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애도는 끝나고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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