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알고리즘에 종종 뜨는 이 영상은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웃음은 예상치 못하게 허를 찔렸을 때 나온다. 진지한 상황에서의 반전 웃음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UwTUinRNxDo
예전에 읽은 김찬호 교수님의 <유머니즘>이라는 책 내용 중 몇 가지를 옮겨본다.
- 유머는 인간이 발휘하는 독특한 정신적 능력이다. 경험이나 상황을 새로운 각도에서 포착하는 직관, 그 의미를 더 높은 차원으로 변환시키는 창조성이 거기에 깃들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공감대를 확장하면서 소통에 활력을 불어넣고 유대감을 높여준다... 개인적 매력의 주요 덕목이자 사회적 경쟁력의 매개체가 된 것이다.
- 당연시되는 것을 뒤집어 보게 하는 혁명의 씨앗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 유머는 자기 자신을 상대화하면서 세계와 드넓게 연결되고, 눈앞의 슬픔과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기백을 불어넣는다. 인간적인 약점과 한계를 진솔하게 바라보면서 주어진 삶을 수용하고 그러면서도 현실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가 거기서 나온다.
- 유머는 스킬이 아니다. 일정한 세계를 공유하면서 의미의 변주를 즐기는 정신이다. 그것은 자기를 상대화하는 용기, 주어진 상황을 낯설게 바라보는 관점을 요구한다. 타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그 움직임을 순간 포착하는 직관도 필요하다... 유머는 삶의 무늬이자 인격이다. 자신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거기에는 인생 전체의 이력이 깃들어 있다.
- 프로이트는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라는 책에서 유머를 무의식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성적 충동과 공격 욕구를 억압할 수밖에 없고, 농담을 통해 그것을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리비도를 억제하느라 생기는 긴장을 웃음의 형식으로 해소한다고 할까. 원초적인 심리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잠시 초자아를 혼란시킬 때, 모종의 금지된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때 농담은 숨겨진 신경증을 드러내는 통로로서 자리매김한다.
- 유머가 성립하려면 일단 말이 돼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말이 안 돼야 한다. 괴리와 모순이 유머의 핵심이다. 프로이트는 이를 가리켜 '해방된 난센스의 쾌감'이라고 하고 쇼펜하우어는 '직관과 개념의 불일치가 유머의 본질'이라고 했다.
- 유머는 차이를 재미로 변환시키는 삶의 예술.. 농담은 무장을 풀게 한다... 그 절묘함과 예리함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에서 우러나온다... 리얼리티에 대한 참신한 직관을 불러일으킨다..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자아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깔려 있다.
- 바보스러움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바탕으로 인정하면서 서로를 수용하는 문화가 빚어져야 한다. 여럿이 모여 까르르 폭소를 터뜨릴 때, 머릿속이 텅 비면서 잠시 에고에서 풀려나게 된다. 체코의 정치인이자 작가인 바츨라프 하벨...”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은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자기 자신에 대해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법이 없다.” 어수룩함이 빚어내는 여백, 허술함에서 오는 유연성이 생긴다.
- 유머는 현실을 담백하고 경쾌하게 수용함으로써(억지로 유쾌한 척하는 '해리'증상과 전혀 다른 것)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고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마음의 길을 열어준다.
-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유머는 기분이 아니라 세계관이다. 따라서 나치 독일에서 유머가 말살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기분 나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중요한 어떤 것을 의미한다.”
- 중국의 문명비평가 임어당, <생활의 발견>에서 지혜가 무엇인지 재미있는 도식, 현실-꿈=동물, 현실+꿈=이상주의, 현실+유머=현실주의(냉소주의), 꿈-유머=광신, 꿈+유머=환상, 현실+꿈+유머=지혜
- “환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 맞서 이기는 게 아니라 가볍게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니체
- 사람이 웃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보면 칭찬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보상 영역의 부위가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로 웃는다 해도, 자신의 존재 가치가 드높아지는 듯한 느낌이 수반되는 것이다.
- 유머는 선문답과 닮은 면이 있다. 말이 안 되는 것을 말함으로써 실존적 진리를 깨닫게 하는...
- 천사들이 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을 가볍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환상이나 허무주의로 도피하지 않고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으면서 상황을 직면할 수 있을까.
예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골프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나에게 얼마나 치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100에서 200 사이요...."라고 답했다. 사장님은 웃지 않았다.
작은 농담에도 까르르 잘 웃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미움을 받을 리 없다. 유머코드가 맞는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세계관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다. '바람에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시절'이 그래서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