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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Dec 05. 2020

오르지 말아야 할 곳을 오른 대가

[단상, 짧은 생각]

나는 지구 온난화에 잘 못한 게 없다.


바다코끼리는 북안 연안의 차가운 바다에 산다. 지구 온난화로 서식지가 줄어든다. 특정 지역에 바다코끼리가 몰려든다. 비좁은 공간 때문에 좀 더 한적한 절벽 위를 어렵게 기어 올라간다.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 번 어렵게 올라간 절벽 위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시력은 좋지 않다. 어렴풋이 저 아래 바다와 동료들이 느껴진다. 직각에 가까운 절벽 끝에서 하산을 시도한다. 추락이다. 살아보자고 올라간 절벽이었다. 올라가지 말 걸 그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추락의 충격에 이내 깊은 숨을 몰아쉬고 눈을 감는다. 절벽 밑에서 그렇게 죽어간 바다코끼리 사체가 수 없이 쌓인다. 나는 지구 온난화에 잘 못한 게 없다.


나는 지구 온난화에 잘못이 없다. 늘 그렇지만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오르지 말아야 할 곳이었다. 인간도 곧 바다코끼리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이었다. 살자고 간 길이었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나는 곧 피해자가 될 것이다. 절벽을 올랐던 오르지 않았던 인간은 바다코끼리처럼 죽어갈 것이다. 가해자는 없다. 나는 지구 온난화에 잘못한 게 없다. 인간은 지구 온난화에 잘못이 없다. 바다코끼리도 잘못은 없었으니...


- 영상(사진) 출처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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