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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Feb 06. 2021

"소리를 질렀다고 칩시다"

[직업상담사 아빠의 직장생활 이야기]

다른 부서의 일처리에 화가 나는 일이 생겼다. 우리 팀 직원이 그 부서의 요청에 대해 내게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전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냥 우리가 하려고 했던 대로 진행하라고 했다. 그러자 해당 부서 직원이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말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우리가 그쪽에 의견을 물었고 가능하다고 해서 진행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면 우리 팀 프로젝트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깁니다"


그 담당자는 나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며 그 부서의 상위부서에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 일로 우리 팀 일에 지장이 생기게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름 차분하고 정중하게 나의 입장을 전했지만 마음속으론 격앙돼 있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부서 팀장이 올라왔다. 평소 친분도 있는 팀장이었다. 그간의 사정을 다시 나에게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 상위부서의 무책임한 태도는 나를 더욱 화나게 했다. 

"팀.장.님~~, 제가 지금 화가 많이 나는데, 여기가 사무실이고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 제가 소리를 막~~~ 지를 수는 없잖아요~~~ 그쵸? 하지만 일단 소리를 질렀다고 칩시다. 실제로 지르지 않았지만 소리를 지른 거예요..." 


나는 어떻게 나의 분노와 화를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 이렇게 말했다. 물론 최대한 차분한 어투로 얘기했다.

"팀.장.님~~, 제가 지금 화가 많이 나는데, 여기가 사무실이고 주변에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까 제가 소리를 막~~~ 지를 수는 없잖아요~~~ 그쵸? 하지만 일단 소리를 질렀다고 칩시다. 실제로 지르지 않았지만 소리를 지른 거예요..." 말하면서도 화를 참느라 미세하게 떨리는 내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소리를 질렀다고 칩시다. 소리를 지른거예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얘기했다. 그만큼 나는 실제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화났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하면서 실제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고 나는 그 팀장에게 말했다. "얘기하시는 상위부서의 책임자가 그간의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해명하는 내용의 메일을 저에게 보내라고 하세요.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설사 사과 메일을 제가 받더라도 그쪽의 요청 사항을 생각해 보겠다는 거지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실질적으로 그 팀장 입장에서는 나의 요구를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 상사에게 사과 메일을 쓰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해당 팀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이후, 그 일은 우리 팀이 생각한 방식대로 추진했고 지금껏 아무런 문제도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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