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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JUU Nov 13. 2024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캐드펠 수사 시리즈 ① 엘리스 피터스 지음, 2024년 10월 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13년 영국에서 태어난 엘리스 피터스가 1977년 발표한 책이다. 베네딕토회 수사 캐드펠을 주인공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20권짜리의 추리 소설 시리즈이다.

졸업 후 아직도 가끔 뵙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추천해 주셨던 책이다. 동네 도서관에서는 찾을 수도 없었고, 대학교에 입학해서야 보존서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리즈 끝까지 읽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아마 그때의 나에게는 그다지 유혹적이지 않은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익숙한 이름의 수사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재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A morbid taste for bones 

엘리스 피터스 지음 | 최민석 옮김

북하우스 | 1977








1. A morbid taste for bones


재출간 전 국내 번역본의 제목은 "성녀의 유골"이었다. 원래의 표지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와 수사와 유골이다..라고 생각할 법했다. 원래 표지를 보고 새 표지를 보면 정말 많이 세련되어졌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라는 제목을 보고 길어서 그런가 왠지 요즘 입맛에 맞추어 다시 만들어낸 제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오히려 이전 제목이 각색된 것이었다.

taste는 취향이라고 쳐도 morbid를 어떻게 번역할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지금도 기이한이 최선인가? 싶지만 여러 사람의 많은 고민 끝에 번역되었겠지. 앞으로 제목을 다시 보거나 morbid라는 단어를 보게 되면 이 제목을 번역한 사람 혹은 사람들을 떠올릴 것이다. 어학 전공자의 숙명이다.



2. 캐드펠


수도원이 배경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정적이고 삭막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갖고 시작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이 하나의 시리즈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캐드펠은 세상의 온갖 경험을 하고 탁 트인 시야를 가진 채로 수사가 된 인물이다. 딱딱한 규율에 매어 있지 않고 때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규율과 도리 사이를 넘나드는 캐드펠의 모습은 독자를 오히려 안심하게 한다.

독자뿐만 아니라 캐드펠이 만난 책 안의 많은 등장인물들, 특히 수도원 밖의 사람들은 캐드펠에게 정을 주고 그를 따르며 보고 싶어 한다. 시리즈물 1편의 역할, 주인공과 세계관에 매력을 느끼게 한다. 적어도 주인공이 마냥 틀에 박힌 수사는 아니며 되려 쾌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하는 역할은 하고 있다.



3.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걸까?


"하지만 그 죄의 무게를 당최 느낄 수가 없구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말이죠." 쇼네드가 말했다. "아버님은 이제 편히 쉬게 되었다는 사실이에요. 전부 수사님 덕분이죠."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p. 310


그래서 캐드펠은 옳은 행동을 했는가?

귀더린 사람들에게 충분히 이입한 독자라면 아마 읽는 내내 분명 수상한 수도원의 누군가가 벌을 받고 성녀가 있는 그 자리에 잘 남아있기를 바랄 것이다. 권선징악에 익숙해져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캐드펠은 사실을 숨기고, 비밀스러운 계략을 짠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갖고 평안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귀더린의 사람들에게, 아버지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소녀에게 자신이 떠난 후에도 설움이 덜 남는 날들을 선물해 주기 위함이었다. 쇼네드의 대사처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4. 기적


... 캐드펠은 스스로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나는 놀라지 않는가? 혹시 내가 기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있는 것일까? 그래, 진정한 기적이라면, 그 까닭 같은 건 있을 수 없으니까. 기적이란 이성과 합치될 수 없으니까. 기적은 인간의 인과를 초월하여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생겨나는 법, 합리적인 기적은 기적이 아니니까. 그러자 문득 기쁨과 위안이 찾아왔다. 정말이지 세상이란 특이하고 괴상한 곳이라 생각하며, 그는 다시금 유쾌하게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p. 331


기적은 어디서 올까,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어서 기적일까?



5. 진실


"그분이 진실을 알게 될 염려는 없습니다. 그 일에 대해 의문을 품으신 적도 없고, 질문 한번 하신 적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실 전 그분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침묵에는 여러 미덕이 있잖습니까."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p. 337


시리즈 첫 이야기의 결말에서 캐드펠은 허식을 따르는 진실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거짓과 편법을 선택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결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도덕적인 고민을 조금 했겠지만, 가상의 이야기라고 거리를 둔 입장에서는 마음껏 속 시원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캐드펠이 속인 것이 된 많은 사람들과 타협 없는 정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다른 수사들은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남기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다음 권을 펴들 사람들은 지나간 궁금한 것은 남겨 둔 채 캐드펠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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