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JUU Nov 07. 2024

『작별하지 않는다』지극한 사랑의 기억

한강 지음, 2024년 10월 읽음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 골짜기와 광산과 활주로 아래에서 구슬 무더기와 구멍 뚫린 조그만 두개골들이 발굴될 때까지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아직도 뼈와 뼈들이 뒤섞인 채 묻혀 있어.

『작별하지 않는다』p.317-318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문학동네 | 2021





아픈 상처를 계속 찌르고 피를 내야 계속 흘러서 썩어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누가 안다고 해서 무언가 달라지겠나, 그저 마음이 무거운 사람만 많아질 뿐이다. 하고 자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무언가를 기대하려 제주 땅을 밟은 사람들이든 혹은 어느 곳을 밟은 사람이든 그 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한 순간이라도 마음에 얹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냥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퍼펙트 데이즈> 완벽한, 눈물나는 날을 닫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