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싫은 날에는 카프카를 읽는다』

내일도 일을 해야 하는 누군가에게 | 김남금 지음, 2024년 12월

by UJUU



하지만 이제는 흔들리는 것도 삶의 일부이고, 쓸모가 있다는 확신이 1밀리미터씩 쌓인다.

『출근하기 싫은 날에는 카프카를 읽는다』프롤로그 中



읽을 책을 결정할 데에는 많은 품이 들지 않는다. 문득 떠오르면 집에 있는지 떠올려보거나 생각이 안 나면 책장에 어떤 책이 있는지 기록해 둔 노션 페이지에 들어가서 검색해 본다. 없으면 구립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대여 가능한지 찾아보고, 가능하면 상호대차 신청을 해서 출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수령해 간다. 신청을 하면 2일에서 3일 사이에 도착한다. 읽기 전부터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알라딘으로 들어가서 주문한다. 오후가 되기 전에 주문하면 늦어도 다음날이면 도착한다. 사실 그렇게 빨리 필요한 것은 아님에도… 빨리 받는 선택지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드물게 결심을 하고 읽기까지 오래 걸린 책이다.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다 제목을 보고 바로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들었지만 2024년 10월에 1쇄가 발행된 새 책이라 도서관에도 없어서 처음으로 도서관에 구매 신청을 해서 받아 본 책이기 때문이다. 바쁜 시기와 겹쳐 읽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고, 왠지 출근길 지하철에서만 읽고 싶어서 하루에 읽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근길에 책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모두가 지나가면서 제목을 읽을 수 있게 이 책을 선택해 보자.




















『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김남금 지음

앤의서재 | 2024






1. 출근하기 싫은 날은



목차를 보면, 소제목들이 범상치가 않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마지못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때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싶을 때

도파민에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고 싶을 때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 자아가 달라서 괴로울 때


하나하나 어라, 내 얘기를 하네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과연 저 당연한 말들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가 궁금해진다. 나는 사실 타인의 개인적 이벤트에는 관심이 덜해서 에세이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사실 저 목차들의 뒤에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 파리의 생계형 마감 노동자 오노레 드 발자크

마지못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때 - 프라하의 투잡러 프란츠 카프카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싶을 때 - 조용한 파이터 빈센트 반 고흐

도파민에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고 싶을 때 - 도박 중독자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 자아가 달라서 괴로울 때 - 드로잉 천재 에곤 실레


책의 의도가 그런 듯하다. 사실 우리가 아는 위대해 보이는 사람들도 출근 지하철에 오른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과 그럼에도 몇백 년 뒤의 우리가 그들을 알고 있다는 점. 평범함과 특별함을 구태여 구분할 필요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2. 인간 이야기


그래서 이건, 모두가 특별할 수도 있고 모두가 평범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인간들을 알게 되었다. 지구를 스쳐간 셀 수 없는 사람들 중에서 이미 알던 이들을 조금 더 알게 되거나 처음 알게 된 이름도 있었다. 내가 그들의 기분을 지금 알 방법은 없기에 어디까지가 진실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위인전에는 숨겨져 있을 약간의 그림자들을 훔쳐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약간의 공감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이용한다고 크게 혼날 것 같지는 않다. 언짢다면 죄송할 일일 테지만….

읽고 싶은 책 제목도 몇 개 주워섬겼고 지나가다 그림을 보면 한 번쯤 더 쳐다볼 작가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일단 도서관에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대여 신청을 해서 곧 수령하러 가야 하고, 채링크로스 84번지도 읽어 볼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 당 할애된 분량이 크지 않은데도 약점을 알아서인지 왠지 친밀감이 든다. 신기한 일이다.



3. 해결책


그래서 이 책이 고민하던 것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주는가? 그렇지는 않다. 237페이지 만에 아, 사실 내가 하고 싶은/하기 싫은 건 이거였지, 사직서를 내자!라고 하게 할 수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일 터다.

그럼에도 보는 동안 특정 부분을 볼 때마다 주변의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 사람에게 이 문장을 전해 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어느 한 인물이나 어느 한 문장이 마음에 남아서, 나중에 무언가 결심을 할 때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대화하는 것처럼 가볍게 읽기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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