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2024. 11. 11 프리미엄 시사회에서

by UJUU


서브스턴스 (2024)

감독: 코랄리 파르자

주연: 데미 무어, 마거릿 퀄리

상영 시간: 141분


"개미친영화"라는 말을 국내 개봉 홍보에 사용했다.

사실 이전에도 그런 자극적인 말로 홍보하는 영화는 많았지만, 이전에 영화제 등에서 먼저 감상한 사람들의 후기가 좋았기에 프리미엄 시사회에 당첨되어 다녀왔다. 시사회 선물로 받은 포스터를 방에 걸기 조금 꺼려질 정도로 포스터부터 자극적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만큼 자극적이긴 했다.

그래서 후기를 먼저 말하자면, 올해 본 영화 중 오락적으로는 가장 재미있었다!


영화 보고 나면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작정하고 예쁜 마거릿 퀄리의 영상으로 시작해 본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이 클립에 대한 감상이 제법 차이가 날 것이다.



* 이하 영화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시선, 시선, 시선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시선이다.

엘리자베스/수의 집에는 커다란 엘리자베스의 사진이 벽 전체를 차지하며 걸려 있고, 창 밖을 내다보면 커다란 전광판에 반짝이는 엘리자베스/수의 모습이 보인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동경하는 시선을 원하지만 결국 자신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도 시선이다.


처음으로 큰 위화감을 느낀 것은 프로그램을 촬영하던 수가 자신을 훑는 카메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장면이었다. 수가 목표하던 카메라의 열성적인 시선이 왜곡되어 보이기 시작하고 수 본인도 거부감을 느낀다.

창밖의 거대한 광고판은 어떠한가? 그것도 수가, 엘리자베스가 늘 목표하던 것이지만 결국 늘 집 안을 지켜보며 시선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것이다.



2. 인간이었던 것


인간이란 어디까지인가?

자신을 거부하고 둘로 분열되기 시작한 그때부터 인간이 아니었을까? 혹은 자신의 형체를 잃고 세 번째 자아로 분열된 순간부터 인간이 아니게 되었을까? 혹은 녹아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이었을까.

애초에 인간이란 무엇이길래, 영광스러웠던 자신의 이름 위에서 녹아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인간이었던 것"의 모습을 보고 있다 느꼈을까?

그러한 부분에서 제목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물질 자체로 인간인가? 나를 둘러싼 물질이, 피부가, 생김새가 나를 정의하는가?



3. 수미상관


영화가 시작할 때, 반짝이던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다. 엘리자베스를 향해 환호하던 사람들의 모습과, 그녀의 이름이 새겨진 자리를 오가며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압축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그 평판이 서서히 몰락하는 장면도 한 번에 보여준다.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흔한 연출 중 하나이다.

하지만 클라이맥스를 지나 결말의 문턱에서 엘리자베스는 그 위에 몸을 올리고 관객을 바라본다. 같은 시선에서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장면을 보면 마치 전생 같은 두 시간 전이 떠오른다. 두 시간에 압축된 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돌이켜보며 영화에 대한 감상을 스스로 다시 정의하게 된다.



4. better


서브스턴스의 모토는 a better version of yourself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나은" 나는 무엇인가? 수와 엘리자베스의 차이는?

처음 수로 눈을 뜬 엘리자베스는 주름이 없이 탄탄해진 피부, 젊어진 얼굴을 보고 만족한다. 엘리자베스에게 서브스턴스를 건네준 남자도 더 젊고, 아름다운 대체재를 얻었다.



6. 어디까지가 진실?


세 번째 존재가 등장하면서부터 계속 여긴 꿈이려나, 여기까지만 진짜려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에서 오린 엘리자베스의 얼굴을 달고 등장한 존재가 막힘없이 무대 위로 오르는 모습을 보며 여긴 진짜인지, 이미 죽은 엘리자베스의 환상인지, 혹은 또 다른 형태의 풍자일지 계속 의심했다.



7. 그 시퀀스


영화는 내내 선명하고 화려한 식감으로 시선을 자극한다.

그리고 가장 절정이 되는 부분은 아마 모두가 인상 깊었을 피가 흩날리는 부분! 영화가 끝나자마자 뒷자리에서 아 그 장면만 빼면 완벽한데~라는 말이 들렸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박수를 쳤다. 기승전이 약하지 않았음에도 광기의 절정을 찍은 느낌이었다. 물론 딱히 보기 좋지는 않아서 눈을 반만 뜨고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기 어려운 장면을 영화로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있었다.



8. 연기력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모두가 말하는 것처럼 데미 무어의 연기가 정말 멋졌다. 데미 무어의 영화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선택하기 어려운 역할이었을 텐데도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연기력에 압도되었다!



0. Pretty girls should always smile!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상업성을 인간화한 듯한 남성이 시선에 갇힌 여성에게 웃음을 종용하고 숨길 것이 있는 여성은 악착같이 숨기며 밝게 미소 짓는다. 그 남성은 특정 한 명인가? 그렇지 않다. 유사한 번들거리는 눈빛을 한 남성들이 같은 기대를 갖고 여성을 옥죈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나는 어땠는가? 나도 아름다운 수를 보며 만족했는가. 어떤 시선으로 영화 속의 인물들을, 내 주변의 사람들을, 나 자신을 쳐다보는가.

나는 엘리자베스이자, 수이자, 하비이자, 영화 안의 스쳐가는 사람이자, 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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