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4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집에서 영화를 유난히 많이 보던 때 방에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여 보던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더 폴이었다. 한 장면의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 벽에 띄워진 화면을 촬영한 후 한동안 카카오톡 배경에까지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 대사는 다음의 한 문장이었다.
Are you trying to save my soul?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감독: 타셈 싱
주연: 리 페이스, 카틴카 언카루
상영 시간: 117분
0.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고
제목부터가 "The Fall"이다. 그리고 오프닝 시퀀스에도 수많은 떨어지는 사람들이 나오며, 알렉산드리아도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졌다. 각각 팔과 다리를 다친 두 사람이 병상에서 만나기 위해도 일단 떨어져야 했다.
이전의 내 감상을 빌리자면 도약하려면 떨어져야 한다.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더욱 빛나고 비약적인 비상은 추락 후의 비상이다.
1. 극장에서의 영화
이 영화는 정말 극장에서 봐야 해!!!! 하는 영화가 종종 있다. 지금 생각나는 건 용산 아이맥스관에서 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듄 시리즈와 아바타 2편, 그리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이다. 그리고 재개봉만을 기다린 영화가 바로 더 폴이다. 그리고, 이번 재개봉 이후로 관심이 더 많아진 것 같아서 좋다! 등장인물을 멀리서 비추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주변 환경을 한 번에 보여주는 앵글이 많이 나오는데 큰 화면에서 압도되며 볼수록 좋다.
2. 영상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크레딧을 바라보는데, 역시 직접 촬영에 공을 들인 영화로 유명한 만큼 촬영지가 정말 많이 등장했다. 발리, 피지, 이탈리아, 프라하, 루마니아, 칠레 등등 … 셀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장면을 보면서 오 이건 CG나 세트장이 아닌 역시 직접 촬영한 거군! 을 알아볼 만큼 대단한 눈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직접 촬영했다는 것을 알고 보니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 경이로워 보였다.
특히 인도에서 촬영된 여러 장면들을 보고 인도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3. 이야기
영상미만이 남는 영화였다면 더 폴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했을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이야기 속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그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야기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며, 그러나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겨서 드러내는 부분도 있으며,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4. 구원
"내 영혼을 구원해주고 싶니?" (번역본의 "구원"이라는 단어가 정말 마음에 든다.)라고 묻는 로이의 말을 알렉산드리아는 단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그런 알렉산드리아를 위해 로이는 같은 질문을 한번 더 한다. 모든 의욕을 잃고 죽음을 찾는 것처럼 보여도, 어린아이를 꼬드겨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작은 구원을 기다리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하얀 옷을 입은 어린아이가 나타나 서로를 구원하려 시도한다.
5. 촬영 밖의 이야기
영화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몇 가지 전해 들었는데 실제로 어린아이였던 카틴카(알렉산드리아 분)를 위해 리 페이스는 다리를 다쳤다고 이야기하고, 촬영 순서도 혼란을 주지 않게 세팅하였다는 이야기들이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이 하나의 동심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이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6. 한 번 더?
처음엔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보다 보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밴디트의 일행이 모두 알렉산드리아의 주변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이 영화를 여러 번 봐도 좋을 이유로 만든다. 꿈과 같은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 모든 장면을 소화하기에 한 번은 벅찬 이유도 있지만 이야기 안과 밖의 인물들이 어떤 이유로 각 역할에 매칭되었으며, 어린아이인 알렉산드리아의 시선에 어떻게 들어오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이다. 자기 나름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악역에 배치하고, 그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오디어스를 좇는 일행들은 각자의 캐릭터가 뚜렷하다. 눈을 크게 뜨고 볼수록 보이는 요소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세세한 장면들도 너무 아름답다. 특히 주술사의 몸에 지도가 스며 드는 장면에서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0 . 결말 이후의 로이에 대하여
이번에도 당연히 알렉산드리아의 말을 그대로 믿고 오 역시 살아났잖냐~ 하고 감동받고 있었는데 보고 나오는 길 후기를 보니 어김없이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괴물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나는 이야기를 조금 나이브하게 받아들이는 편인가?
그럼에도 현실의 나는 이야기 속 알렉산드리아의 말을 믿고, 그녀의 구원이 로이에게 닿아 로이가 다시 자신의 발로 나아가는 세상이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이 영화가 좋은 점은 도망치고 싶은 상황에 놓였을 때 쓸 수 있는 주문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비록 그게 늘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을지라도…
Googly, Googly, Googly, Be 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