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가장 사랑했냐고 물으면 한권만 고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다양한 책의 영향을 받았고, 그렇게 저의 생각과 삶이 형성되었을 테니까요... 다만 지금 제가 가진 몇 권 안되는 책 속에 이 책이 보이네요.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헬렌 니어링> 이십 대에 이 책을 처음 만났어요. 첫인상은... 다른 책들과 달리 재생지로 되어있고 너무 가벼워서 '불에 태우면 그저 화르륵 타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난 그 책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제 첫 번째 책도 편집장님에게 가능한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처럼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지금은 여러 번의 인쇄를 거쳐서 인지 책이 커지고 무거워졌어요. 예전의 그 재생지 느낌도 아니고요.
이 책을 왜 좋아했을까 생각해보면...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이 소신 있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낼 용기와 힘이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들도 있고, 신지학회 등 저에게 생소한 부분이 있지만,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면 될거라 생각해요.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으려고요. 똑같은 책을 읽고 똑같은 영화를 봐도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걸 알아요. 대학 시절 저와 제 동생은 같은 책을 함께 많이 읽었어요. 제가 읽은 책을 꼬박꼬박 군대로 보내주었거든요. 한데 나중에 그 책에 관해서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우린 각자 아주 다른 부분을 주의 깊게 여기고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ㅎㅎㅎ 그저 아직 만나보지 못한 분께 이런 책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기력이 있을 때 책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답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책에 써넣어요. 책의 여백 여기저기에 저만의 Q&A도 만들고요. 주인공 혹은 작가와 저의 차이점을 분석하기도 해요. 인덱스를 붙이고, 다양한 색의 형광펜을 칠해요. 인물에는 동그라미를 치고, 언젠가 읽고 싶은 새로운 책 제목을 발견하면 잘보이게 네모로 박스를 그려요. 중요한 정보에는 물결표도 치고, 그냥 마음 가 닿은 곳에 줄을 죽죽 그어요. 그렇게 책을 읽고 나면 그제야 그 책이 저에게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꽃이라는 시처럼 말이죠. 그렇게 저와 소통한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어요.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제가 그 댓글에 댓글을 달지 못하면 계속 내내 마음이 쓰여요. 저 엄청 소심하거든요. 그래서 댓글을 막아두었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