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계신 할머니들은 매일 조금씩 자신이 살아오신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통증 속에 있을 때는 못 듣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몽사몽 속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도 있다.
전에 계셨던 한 할머니는 여기가 호스피스 병동인지 모르고 오셨다면서 서운해하셨었다. 이번에 오신 분도 입원 하자마자 빨리 회복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이제 간다고 손 흔드는 막둥이를 보며 여기 있는 거의 모든 분들이 그러하듯이 못내 안쓰러워하신다. 딸 셋에 아들 하나. 원래 시골에 사시며 양파, 고추 농사를 지으셨는데, 난소암 때문에 수술하러 왔다가 복수도 찼고 만류하는 막둥이(아들) 때문에 시골에 가지 못하셨단다. 남편이 옆에 있으면 편하게 잘해주셔서 좋은데 여긴 불편하다셨다.
가장 힘들어 보이는 건 매일 심하게 구토를 하신다는 것. 상식적으로 구토 진통제를 먹으면 안 토할 것 같은데, 먹어도 토한다. 구토 진통제를 먹으면 메스껍지 않을 것 같은데, 주사를 맞고도 메스꺼워 눕지도 못하신다. 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만 들어도 두 손 모으고 기도하게 된다. 한데 정말 괜찮다고 의연하게 말씀하신다.
엊그제 다른 병원으로 가신 할머니도 그렇게 집으로 가시고 싶어 했는데 막둥이가 일을 해야 해서 못 간다고 슬퍼하셨다.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대처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 대부분 집으로 가시고 싶어 하시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어쩌면 우리는 사는 게 너무 급해서 꼭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나는 힘이 없어 속상해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지만… 누군가 능력있고, 할 수 있는 분들께서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이에 관해 진지하게 오픈해서 중요하게 다루고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