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 할머니는 환시(?)를 보신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고 그저 밖으로 나타나는 현상만 볼 뿐이다. 보통 밤이되면 심해지는데, 잠을 자지않고 계속 말을 한다. 물론 평소에도 말이 많긴하다.
평소에 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검정옷을 입은 여자가 본인이 잘 때 계속 쳐다보고 있다. 어젠 자다가 새벽에 눈을 떴더니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하얀 빈 침대가 줄을 서 있더라. 못봤느냐. 어떤 때는 똑같은 폴대가 모든 침대에 붙어있어도 왜 자신에게만 이렇게 무서운 것을 달아두냐고 묻기도 한다. 자고 있지않은 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하루종일 쏟아낸다.
어제 밤에는 모르는 사람 세명이 곁을 지키고 있다고 하셨고, 시골에서 올라온 그 세명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고 계속 여러 보호사, 간호사에게 반복해서 요청했다. 주변인들이 안보인다고 하면 이제 자기 죽는거냐고 무서워한다. 물론 여기있는 느네들도 곧 간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잠을 좀 주무시게 하기 위해 주사를 놔주러 온 간호사에게 이제 자기 죽냐고. 호스피스가 그런데냐고. 우리 아들이랑 그렇게 이야기된거냐고… 이제 이 주사 맞으면 내일 아침에 죽어있는거냐고 한다.
나도 새벽에 두시간 넘게 무시무시한 말들과 질문을 바로 옆에서 계속 듣다보면 짜증이 날만큼 지친다. 그렇게 아들에게 열번도 넘게 전화를 걸어 ‘느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나한테 그러면 안되는거지 않냐고… ‘ 묻고 또 묻다가…
결국… 울먹인다. “아들…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없어…?!”에 이르게 된다.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거다. 본인이 마지막이라고 믿는 바로 그 순간에…
*주님, 저를 용서하소서. 그리고 저희에게 고통과 두려움없는 존엄한 죽음을 허락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