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입원하셔서 의식을 못 차리시던 할머니께서 의식을 좀 회복하신건지 나를 부르셨다.
‘선생님~’ 처음엔 나를 부르는 소리인 줄 모르고 답을 못했는데, 자꾸 내쪽을 바라보셨다. 그제야 나인 줄 알고 답했다.
그리곤 어떻게 해서 여기에 왔냐고 하셨다.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설명하니 힘들었겠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아직은 남편분과 아들 둘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자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나도 너무 힘들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오메메… 나 죽겄서…” 하시면서 계속 힘들다고 하셨다. 공감하시든 못하시든 관계없이 나는 계속 무슨 말씀인지 안다고 말씀해드렸다. 그밖에 다른 비밀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건 우리 둘만의 대화로 남겨두고… 할머니의 의식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보였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정말 아니까 오늘 밤만이라도 우리의 고통이 덜하길 열심히 기도할게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다시 눈을 감으셨다. 나는 진통제를 먹고, 할머니는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아픈 채로 서로 그렇게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용량이라는 게 있어서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해주신 만큼만 가능하기에 아프다고 해서 함부로 남용할 수 없다. 오늘 그만큼의 마약성 진통제가 적당한 효과를 발휘하길 기대하며 기다린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자신에게 꼭 맞는 마약성 진통제를 반드시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고, 늘 그 진통제가 잘 듣지도 않고, 때론 부작용이 진통제만큼 커서 둘 중 더 급한 쪽을 응급처치를 하고, 다른 쪽이 감당할 수 없어지면 다시 그쪽 약을 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예전에 잘 듣던 진통제에 내성이 생긴다. 점점 증상은 커져간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있다.
지난 주에 입원하신 할머니는 계속 약을 찾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하지만 거의 매일 섬망을 보이는 걸 보면 너무 힘들어보이고… 나는 무척 예민한 사람이라 잘 맞는 약이 없는데다 통증이 점점 커져서 매일 밤 힘들다. 게다가 예전에 통증을 좀 낮춰주던 약이 요즘 잘 안듣는다. 안타깝게도 때론 의료진의 말들이 그저 희망고문일 때가 있다는 사실을… 진실을… 닥치지 않고는 모르는 것 같다. 반드시 찾으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