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 할머니의 아들도 옆 할머니의 아들도 대체로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어머니를 방문한다.
대각선 할머니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드님은 오시면 그저 말없이 손을 잡아주거나 할머니의 몸을 닦아주거나 돌아오지 않는 답을 듣기 위해 엄마… 엄마… 나 보여? 정신 좀 차려봐… 등의 말을 하면서 침대에 고개를 파묻고 있다. 때론 울기도 한다.
할머니 의식이 있었을 땐 할머니의 밥을 함께 나눠 먹곤 했는데 오늘은 밥도 안 먹길래 속상해서 오렌지 주스를 하나 드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아는 걸 이야기해드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비 환자라 어디 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여기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다 듣는데… 혹시 제가 할머니랑 나눈 이야기랑 그간 할머니가 의식이 있을 때 하신 행동이랑 뭐 그런 거 들려드릴까요…?!
아드님은 생각지도 못하셨는지 듣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셨다. 고맙다고 몇 번을 고맙다고 하셨다. 처음엔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해 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 할머니는 섬망이 심해서 사실 조금 무섭다. 때론 울고, 때론 중얼거리고, 암튼 갈피를 잡기 힘들다. 특히 나는 어디로 도망갈 수 없기에 부디 오늘 하루 아무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기만 한다. 영향을 받지 않기란 정말이지… 아… 어렵다.
거의 삼일에 한번씩 아… 오늘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 기분에 평소보다 문제가 느껴지는 날. 이번 주는 할머니 아드님도 안 오신다고 하고, 그래서인지 싸… 했다. 드디어 할머니의 분이 내게 폭발했다. 어디에서 뺨 맞고 어디에서 분풀이라고나 할까… 내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면서 내게 이 여자가~ 아주 나쁜 여자라고... 내가 자신보고 아메리카 정신병자라고 했다고. 자긴 약을 안 버렸는데 내가 약을 버렸다고 했다고.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모아 새벽 한 시까지 내 심장을 두근대게 했다. 그러고는 코를 골고 잘 주무셨다. 물론 나는 스트레스로 온몸이 아파 잠을 못 잤다. 다음 날 만나는 모든 이에게 나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잤다고 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주 대~단했다며…
다음 날이 되고 어제의 일로 아드님은 어쩔 수 없이 오시게 되었고, 결국 할머니는 아주 행복한 날을 보내셨다. 병원에서는 내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니까 이해하라고 무시하라고만 했다. 정말이지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시는지…
근데 하루 지나고 아빠를 보고 나니… 어차피 죽음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를 무척 행복하게 했다면 그걸로 족하다… 라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사랑의 전달자가 되었다. 착한 척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냥 써야 할 것 같았다.
실은… 함께 있을 날이 긴 것 같지만 실제론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자신이 놓치는 수많은 순간에도 엄마는 자식 생각을 했음을… 또 늘 말은 바쁘니 오지 말라고 하지만 누군가를 아주 힘들게 해서라도 진심은 자식을 만나고 싶은 본능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