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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May 15. 2021

지금 내 곁에 있는 인연들

0514

행복한 상황에서 행복의 말을 하긴 쉽다. 불행한 상황에서 행복의 말이 나오긴 어렵다. 하지만 같은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힘겨움의 말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희망을 말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내 가까이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좋든 싫든 그들의 말과 행동이 내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부산에 있는 송이가 일산에 있는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 힘들 때 힘든 내색을 잘 못하는 나는, 누군가 아주 좋은 마음으로 나를 보러 온다고 해도 불편하다. 웬만한 통증은 습관처럼 참고 있기 때문에. 내가 환하게 웃으면서 당신을 보고 있더라도, 나는 아주 견디기 힘든 상황일 때가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람들을 안 만나려 한다.


“언니야, 요즘 비행기 값이 엄청 싸더라구. 김해에서 김포까지 왕복 3만원? 그리고 나 연차가 엄청 많단 말이야. 정말 언니 얼굴 5분만 보고 가도 괜찮아. 일산에 여행 가는 기분으로 갔다가 김밥 한 줄 먹고 올게. 김밥은 언니가 사주라.” 그래서 여러 번 망설이다가 오케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 이후로 컨디션 조절에 처참하게 실패한 나는, 최근 약을 먹어도 통증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약을 먹고 잠을 청하면, 잠을 자고 있는 것도 안 자고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 속했다. 깨어있기엔 통증이 너무 크고, 그렇다고 깊이 있는 편안한 잠을 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늦잠을 잤고, 미안하게도 약속 장소에 한 시간 늦게 나갔다. 그런데 송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언니야, 나 태어나서 꽃다발 처음 사 봤어. 내가 꼭 사주고 싶었어. 우리 르완다에서도 다들 예쁜 크리스마스 선물 고를 때 난 실용적인 MTN 폰 충전카드 사준 거 기억나지?”


송이와 나에게는 치열하게 살아본 사람들이 갖는 연대감이 있다. 생활을 위해 연애를 포기한 사람들이 갖는 연대감이랄까. 웬만큼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연대감. 그래서 그녀가 힘들다고 말하면 진짜 힘든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런 그녀는 절대 허튼데 돈 쓰는 사람이 아니다. 끄덕끄덕. 너 정말 나에게 꽃다발을 꼭 안겨주고 싶었구나…


내가 르완다에 있었을 때, 송이가 키갈리로 왔다.

내가 해운대에 있을 때는, 송이가 달맞이에 왔다.

내가 경주에 있을 때는, 송이가 산내로 왔다.

내가 일산에 오니, 송이가 호수공원으로 왔다.

늘 송이가 온다. 참 특별한 인연이다.


와서 뭐 특별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다. 대체로 즐거운 이야기를 한다. 굳이 구구절절 우리의 상황과 힘겨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 없다는 것, 그저 좋은 에너지를 건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언젠가 굉장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때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처지였고,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벗들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말했다고

나를 겉으로만 좋아하던 친구들은

‘정말...?’설마...’라고 말했다고

나를 싫어하던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 깨달았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먼저 이해하는구나...


사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다.

베프들, 자원봉사팀, 라오스팀, 러시아팀, 르완다팀, 미얀마팀, 관리요원팀, 출판사팀, 클호팀, 작가님들, 독자님들.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이타적인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인연들.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것 축복으로 여기고 진심으로 감사하다.

마음결이 고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내 마음도 점점 고운 마음이 된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사랑을 주고받는 대상은 다르지만, 몇 배쯤 불리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받은 만큼은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잘 모르겠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된다. 눈을 감고 그 사람을 상상했을 때, 편안한지. 불편한지. 평범한 대화의 끝에 행복한 느낌이 드는 사람을 찾아보시라. 단 한마디에도 나를 힘이 나게 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 그게 나의 직관이 나에게 답을 주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질문,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인가?  빠지는 말을 하는 사람인가?

에너지 giver인가? 에너지 taker인가?

당신에게 에너지 giver의 축복이 함께 하길…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에너지와 희망을 건네는 사람이길…


비 오는 오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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