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재활 전문가 되기 ② - 남들과는 다른 길

캐나다 운동치료사에서 영국 물리치료사까지

by 영국DPT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강점을 갖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그 길은 굉장히 외로운 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이 길이 나는 항상 감사하다.


미국을 떠나서, 한국으로, 그리고 캐나다까지. 유학원이나 타인의 도움없이 내가 스스로 길을 찾아 떠났던 여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불확실했고, 몰랐던 것들이 훨씬 더 많았던 그 시절에도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공부하자"는 열정 하나로만 전진했던 것 같다.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냥 재활을 공부하고 싶고 더 알아가고 싶으니까, Kinesiology(운동학)를 선택했고, 그 길에 열중했던 시간들이었다. 솔직히 그때는 졸업하면 나에게 어떤 길이 있을지도 잘 몰랐던 때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냥 내 전공과목들이 재밌고, 그 과목들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운동학을 전공하게 됐다.


그렇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캐나다에서 재활 전문가 되기 ② - 캐나다에서 운동학 졸업 후 진로, 그리고 나는 왜 영국까지 왔을까?


1. 졸업 후, 운동치료사가 되다.


BSc Kinesiology로 졸업한 후, 나는 곧바로 BCAK (British Columbia Association of Kinesiologists)에 Practicing Kinesiologist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아 자격을 인정받고 Practitoner로서 Liability 보험도 가입할 수 있었다. 사실 이 길도 졸업을 거의 앞두고서야, 이렇게 등록해서 일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이전에 Steve Nash Fitness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몰랐지만 운동치료사로 정식 등록이 되면서, 센터에서는 나를 상급 레벨 퍼스널 트레이너로 홍보하여 회원들을 받아주었고, 그에 따라 많은 조건들이 상향될 수 있었다.


솔직히 퍼스널 트레이너라는 직업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즐거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업의 안정성과 복지 면에서는 항상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그때 입시학원에서 입시강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크게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풀타임 일자리가 하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규모가 큰 재활 클리닉에서 정규직 치료사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2. 퍼스널 트레이너에서 임상에서의 운동치료사로 전환하다.


사실 오래전부터 건강한 사람들을 트레이닝하는 것을 넘어, 내가 처음부터 꿈꿔왔던 환자의 재활과 회복을 돕는 치료사의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을 퍼스널 트레이너로 가져갔던 이유는, 환자를 볼 준비가 아직은 안되었다는 생각이 가장 컸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퍼스널 트레이너로서도 충분한 자신감이 생겼을 때, '이제는 환자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고, 그렇게 시야를 재활 분야로 넓힌 끝에 Lifemark라는 사설 기업이 운영하는 뇌진탕 전문 재활 센터에서 움직임치료사로서 풀타임으로 환자를 직접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3. "치료사"로서 한참 부족함이 많았던 때를 겪고 다른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경험들이 내 커리어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트레이너"와 "치료사"는 다르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배우게 된 순간들이었고, 내가 "치료사"로서는 얼마나 부족한 것들이 많은 지도 느낄 수밖에 없게 한 환경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치료사가 뭘까?'라는 고민을 시작하게 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지금까지도 의미가 컸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특히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상담사, 의사, 그리고 심리사 선생님들과 함께 팀으로 일하며 받은 영향은 매우 컸는데, 처음으로 하나의 전문가로 인정받은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운동치료사로서 환자들과 할 수 있는 것에는 분명 제한이 있었다. 따라서 '더 공부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생겼던 것 같다.

특히 그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역할이 더 넓고, 보수도 높으며, 환자를 장기적으로 팔로업할 수 있는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나도 물리치료사가 돼서 더 많은 환자들을 더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렇게 대학원을 물리치료학과로 선택하게 되었다.


지금도 내 대학 시절 동기들을 보면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클리닉 매니저, 보험사 근무자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우리가 배운 운동학이라는 학문이 우리를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4. 어쩌다가 캐나다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박사과정까지 이어진 걸까?


대학원을 고민하다 보니, 동기들 중에는 캐나다에서 진학을 하는 것이 아닌, 호주와 영국으로 가는 친구들이 생기더라. 그도 그럴 것이 특히 밴쿠버에 물리치료학 대학원은 UBC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때쯤 결혼을 앞두고, 캐나다에 정착이 어쩌면 더 수월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다양한 문화를 더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분명 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나는 호주와 영국을 고민하였고, 그 고민 끝에, Doctor of Physiotherapy라는 Clinical doctorate (임상 박사과정)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나는 끝내 "영국"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여기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애초에는 석사를 목표했었기 때문에, 영국에서 석사과정만 6-7군데를 지원했었는데, 1-2군데를 제외한 나머지에 오퍼를 받게 되었고, 그리고 그중 Glasgow Caledonian University와 진행되었던 인터뷰에서 연구에 대한 관심을 크게 어필하니까, 그때 나의 인터뷰 심사원이었던 DPT 과정 프로그램 디렉터가 인터뷰 후에 나에게 따로 연락이 와서 "너 그렇게 연구에 관심이 많으면, 석사 대신 박사과정으로 오지 않을래?"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고, 이후에 추가로 박사과정 인터뷰를 따로 진행하고 패스해서 최종적으로는 석사가 아닌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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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예고) 캐나다 그리고 영국에서 재활 전문가 되기 ③ – Kinesiology 전공자의 DPT 여정기, 한편으론 수월하면서도 박사과정이기에 여전히 험난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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