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왜 떠나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길을 나선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 뿐이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나에겐 휴식이 좀 필요하다고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잠시 떠나보는 게 좋겠다고
지금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고
그럴듯 한 이유를 찾아 둘러대 보지만
진짜 이유는 결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떠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유를 생각한다
사는 게 바쁘다거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거나
또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믿었던 펀드가 망해서 여행을 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떠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우선 중력이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에 도착한 건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