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이스마일이라고 해, 옆에 있는 분은 아브라임이야 ]
둘 중 더 젊어 보이는 남자가 자신들을 소개해 주는 것으로 동행이 시작됐다
국경에서 나를 구출(?)해준 남자들은 터키와 시리아를 오가며 무역을 하는 상인들로
우르파에서 일을 마치고 시리아로 향하던 중에 나를 만난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만약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거기서 어떻게 됐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날 저녁 라까라는 곳에 도착해 원단시장을 둘러보았다
두 남자는 여러 가게를 들르며 노련하게 흥정을 하고 있었는데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인다운 능청스러움은 느낄 수 있었다
그중 한 곳에 들렀을 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고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한국이라고 대답하니 대뜸 보여줄 것이 있다며 기다려달라고 한다
잠시 후 그들이 가져온 것은 한국산 벨벳 원단이었다
한국의 벨벳천은 품질이 매우 좋아 이곳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들은 그 천을 직접 수입할 수가 없고 두바이를 거쳐 들여올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공장에 전화해 그 원단의 출고가가 얼마인지 알아봐 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본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기에 못 해줄 일도 아니었지만 그때 한국은 새벽 4시를 지나고 있을 때여서
지금은 전화해도 받지 않을 거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의 열기는 밤까지 계속되었다
두 남자는 찾던 물건을 발견하면 상품성이 있을지 판단을 하고 흥정을 하다가
뭔가 맞지 않으면 미련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잘은 모르지만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았다
시장에서의 일이 끝나고 밴으로 돌아와
좌석 뒤의 짐 싣는 공간에 자리를 펴고 잠을 청했다
조금 좁긴 했지만 짐이 없어 세 명이 눕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밤이 되자 추워졌지만 하루 종일 피곤했었는지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