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은 뒤 근처의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길을 나섰다
그들은 시리아의 수도인 샴시티(다마스쿠스)로 가는데 중간에 하마와 훔스를 거칠 예정이라고 했다
거기까지 함께 가겠느냐는 제안에 부디 그러자고 했다
도시에 가면 비자를 만들기 위해 그들이 대신 지불한 160불도 찾아서 갚을 수 있을 터였다
30대 후반인 아브라임은 시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는데
두 명의 아내와( 터키와 시리아에 한 명씩 ) 여덟 명의 자녀가( 한 명은 뱃속에 ) 있다고 했다
20대 중반의 이스마일은 현재 앙카라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
무역에 관심이 있어 아브라임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알레포를 거쳐 도착한 하마에는 퍼스탁이라는 열매를 재배하는 농장지대가 있었다
우리는 그곳의 농장과 창고 등을 함께 둘러봤는데 아브라임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과도 잘 아는 듯했다
그늘진 곳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으니 곧 퍼스탁 열매와 차이를 차려주었는데
단순한 대접이 아니라 역시 비즈니스의 과정인 것 같았다
관리인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옆에서 열심히 얘기하는 동안
아브라임은 열매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잠시 후 우리는 농장 주인의 집으로 향했다
이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퍼스탁은 호두 맛이 나는 견과류인데
주인은 그 열매로 만든 다과와 커피, 레모네이드 등을 내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얼음을 넣은 레모네이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얼음 덕분에 시원하기도 했지만 향과 맛이 정말 진했다
아브라임이 내가 그들과 함께 다니게 된 사연을 설명하고 나서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시작되기 전의 가벼운 얘기들이 얼마간 오고 갔다
나는 장단을 맞춰주며 화목한 분위기에 일조하려 했고
조금 뒤 흥정이 시작되자 자리를 빠져나와 집안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거실로 보이는 곳이 있어 들어가려고 하니 한 남자가 나를 부르며 막는다
그곳은 여성들의 공간이라 외지인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한 집에도 남녀의 공간이 나누어져 있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