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이 11일 정도 남았을 때 바르셀로나에서 야간열차를 이용해 '부르고스'라는 곳으로 왔다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내 여행책자에 '순례길'이라고 나와있는 코스 중 한 도시이다
여기에서 8일정도 걸어 '레온'이라는 도시에 가기로 했다
물론 나는 순례자가 아니었지만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여행의 마지막을 자연과 함께 보낸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 길에 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어렴풋이 소설책에서 본 것 같은 기억은 있지만 그나마도
그 길이 이곳에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단 도착은 했으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감을 수 없었다
그제서야 내가 너무 막연하게 이곳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벽6시의 도시는 어둡고 습했다
있는 옷은 전부 걸쳤지만 너무 추웠다
역 내의 가게에서 따뜻한 음료를 주문해 마시며 동이 트기를 기다렸지만 해는 늦게 떠올랐고
추위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여전히 이른 아침인 도시에서 제일 먼저 열려있는 식당으로가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나서야 체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식당에서 나와 도시를 걷다가
새벽의 습한 공기들 사이에서 발견했던 한 성당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나는 신자도 아닌데다 입장료가 5유로나 하긴 했지만
여기에 들렀다 가면 마치 순례자가 된 기분이 들것 같았다
내부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매우 조용했고 춥지않아 몸을 좀 녹일 수 있었다
몸의 온기가 좀 올라오자 성당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관광안내소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맞은편 벤치에는 상처로 온 몸에 성한 곳이 없는 흉측한 모습의 동상 하나가 앉아 있었다
10시쯤 안내소의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가 반갑게 맞아주는 두명의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 레온까지 걸어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직원 하나가 막대기 짚는 시늉을 하며 [ camino? ]냐고 물었다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이니
미소를 지으며 조그만 책자 하나를 주었다
레온을 넘어 아스트로가 까지 가는 길이 나와있는 책자였다
[ 친절하시군요 고맙습니다 ]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직원은 밝게 웃으며 [ buen camino ]라고 인사했다
부엔 까미노, 스페인어로도 안녕히 가세요란 뜻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