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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rojeriz

by Sunyu

마을로 들어와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열려 있는 숙소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2층 침대가 대여섯 개 놓여 있는 큰방에 홀로 앉아 짐을 풀고 샤워를 마친 뒤 방으로 들어오니
아까 마을입구 길 위에서 자고 있던 파란 점퍼가 반대편 침대에 짐을 풀고 있었다
수염을 거뭇이 기른 잘생긴 청년이었다

[ 안녕 - ]

인사를 하니 자신의 이름을 비아노스라고 밝히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는 환하게 웃는다
불행히 그와는 통하는 언어가 없어 간단히 인사만 한 뒤
노을이 사라지기 전에 하늘을 보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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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멘 짐을 내려놓으니 걸음이 훨씬 편안해졌지만
발목의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
마주 오던 빨간 점퍼가 나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 선유야 안녕 - 도착했구나 ]

선유는 내 이름의 대만식 발음이다

[ 응 조금전에, 오늘은 노을이 멋지네 ]

[ 그러게~ 그런데 발은 왜 그래? ]

내가 절뚝거리며 걷는 걸 발견한 모양이다

[ 글쎄.. 조금 무리했나봐.. ]
[ 진통제나 바르는 크림 같은 건 있어? ]

기대할 걸 하시게

[ 내가 좀 봐줄게 따라와 ]

선배님의 후광을 받으며 함께 향한 마리아의 숙소는
- 잡화점과 기념품 가게도 있는 - 마을 중앙의 번화가였다
내가 묵는 곳보다 몇 배는 넓어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니
텅 빈 방안의 몇몇 침대에 짐이 풀어져 있었다
독일인 세명과 할아버지 한 분이 더 묵는다고 했다

[ 자, 이거면 좀 괜찮아 질 거야 ]

마리아가 건네주는 알루미늄 튜브에 담긴 크림을
발목에 바르고 마사지를 하니 시원해지며 통증이 한층 가시는 것 같았다

[ 잘 썼어, 고마워~ ]

하고 다시 돌려주려는데

[ 나는 하나 더 있어 그건 너 가져 ]

라는 마리아
구지 사양하는 나에게 앞으로 계속 필요할 거라며 기어이 건네준다
잠깐 담소 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식료품점에 들러
사과 몇 개와 튜브에 담긴 크림치즈를 사 내가 묵는 숙소로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비아노스에게 사과 하나를 건네고 주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마리아에게 괜찮은 치즈가 있어 그럴듯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었다
콩스프로 저녁을 때우려 하고있는 비아노스에게 하나 건내주고
셋이서 거실에 앉아 조촐한 저녁식사를 했다
브라질에서 온 비아노스는 포르투갈어를 쓰고 있었는데
마리아가 그와 인사를 하더니 서툴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벨기에 인간은 포르투갈어도 할 줄 알았다
아는 포르투갈어라고는 머릿속을 다 뒤져도 단어 5개밖에 없는 나에겐 부러운 능력이었다
덕분에 마리아를 통해
그럭저럭 서로의 여행 얘기며 고향 얘기 등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마침 비아노스가 갖고있는 와인이있어 함께 마시며 느긋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밤이 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다
난방이 취약한 실내에는 여전히 한기가 돌았지만
문명의 세계로 돌아온 두 번째 밤은 한결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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