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했다는 말을 믿기 힘들다
우리는 다만 어떤 현상이나 계기를 시금석으로 삼을 수 있을 뿐이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어느 순간 잘못된 길임을 알아차리고 이 이상은 넘어가지 않겠다는 이정표를 세우고는
다시 반대편의 잘 못된 길로 가기 시작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아주 조금씩, 본능이 주는 이기심을 꺾으며 마음속의 세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용기를 발휘하고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 진실의 세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나는 이것이 삶의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동쪽으로 떠나기를 결심하면서 어쩌면 나는 그것을 하나의 시금석으로 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 선택으로 인해 뭔가 잘 못 되어있던 나의 인생이 바른길로 들어서게 되길 기대했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이 인내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무언가에 취해있거나 광기에 사로잡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것이 더 이상의 취기를 주지 못할 때 우리는 느닷없이 깨어난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사로잡을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고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 것에 안도한다
하지만 일상 도처에는 균열들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는 동안 점점 자라나 마침내 자신을 깊은 구덩으로 밀어 넣고 만다
우리가 진실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런 균열들은 사소한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극단으로 가기 전엔 멈추지 않으려 한다
고통을 감수하고 진실을 마주하느니 기꺼이 구덩에 떨어지기를 택하는 것이다
어리석음이 인간의 한 단면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가 인내해야 하는 것은 삶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인지도 모른다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하산키프는 멋진 요새이자 오래된 무덤이었다
이곳에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산 위에는 두 신념 간의 적대적인 느낌이 가득했고
그게 얼마나 치열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후로 동쪽 지역을 한동안 흘러 다녔다
내키는 시간에 떠나고 길을 가다 지치면 머물렀다
그것이 얼마나 나를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떠돌며 추수기의 농부처럼 마음속에 자라나는 영감들을 거두어들였다
라마단 기간이어서인지 어느 곳이든 차편이 일정하지가 않았다
어느 날 저녁 해질 무렵이 되었을 때 마르딘으로 간다는 사람들을 따라
밴의 짐칸에 앉아 남쪽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