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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반

by Sun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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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호수에서 터키 남부로 가기 위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탓반에 왔다

탓반의 오토갈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도시로 들어가는 차편을 알아봐도 괜찮았겠지만

이제 막 걷는 즐거움을 알아가던 터라 한번 걸어가 보기로 했다


도시를 향해 가던 중 파란색의 밴 한 대가 옆에 다가왔다

수염을 길게 기르고 터번을 쓴 운전자가 서투른 영어로 도시에 가느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대뜸 태워주겠다고 해 그의 차를 얻어 타고 도시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뭔가 발이 넓은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길거리의 청년들이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나를 소개해주며 동네에서 마주치면 친절히 대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또 그의 도움으로 괜찮은 숙소에 꽤 저렴한 가격으로 머무를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나오자 아까 봤던 젊은이들과 다시 마주쳤다

그들은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 지역 출신의 학생들이었는데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라 집에 돌아와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그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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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는 밤늦은 시간에도 일하거나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객들에게 참 친절했다 상점 앞을 지나고 있으면 주인들이 나와

맛보라며 과일 등을 주기도 했고 차를 대접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과거 중동에는 나그네를 대접해야 하는 게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 법이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여행객들에 대한 친절함은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문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접하는 것을 분명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법 이상의 무언가 더 있다는 얘기 같았다

어떤 기복(起伏)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때가 덜 묻었기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어떤 부를 가졌다 해도 그들이 가진 풍요로움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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