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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A Mar 27. 2024

영국 공항에서 유학생인 저보고 나가랍니다

#6 유학생들의 Off The Record

지난 글을 통해 제법 설레는 마음으로 영국행 항공편에 올라탄 당신은

저자의 제목에 퍽 당황하지 않았을까


비즈니스 타고 다니라고 하던 놈이 갑자기 공항에서 쫓겨나고 노숙까지 했다니

무슨 어불성설 같은 말인가?


놀랍게도 저 제목은 한치의 거짓이 없는 나의 상처와 위로가 담긴 이야기다.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기억
영국 어느 작은 도시의 공항에서 혼자 엉엉 울던 아시아계 여자



모두가 마치 날 자신들을 죽일 병균처럼 쳐다보며 나가라 외치고,

결국 쫓겨난 나에게 비가 오는 공항 주차장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날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저자는 코로나 대혼돈 시대 영국으로부터 한국으로 입국을 제한하기 전 마지막 비행기에 올라탄 생존자다

생존자라고 칭함은, 결국 저자는 아직까지 영국에서 살아남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영국은 그야말로 대혼돈이었다,

물론 한국의 상황이 더 나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고 있었으니까.


위생적으로 한국보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마스크, 손소독제, 핸드워시, 비상식량 구비 등

나름 만반의 각오를 품으며 잠깐 휘청이다 지나갈 태풍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모두가 같은 마음을 품고 봄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고 원흉의 근원지가 중국, 아시아라는 이유로

악의를 품은 칼날은 유학생들을 향했다.


평소와 같이 마트를 가던 길에 아이들이 돌을 던지고,

그것이 마치 당연(deserve)하다는 듯 아이를 감싸며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의 시선을 쏘아붙이던 어른들.



저자도 알고 있다, 그들이 단순히 겁에 질렸다는 것을.



하지만 매일 아침 마시던 공기가 공포로 바뀌고,

잘못 기침이라도 했다간 날 죽일 듯 나무라는 눈빛들을 감당하기에는 저자는 너무 어렸다.


당시, 영국살이 1년 반.


미성년자와 어른의 경계를 이제 막 올라가고 있던 나이

꿈과 같았던 유학은 그렇게 침몰하고 있었다.




빠른 판단으로 휴학계를 내고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 A

이번 기회에 군대 다녀오겠다던 후배 B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유학의 꿈을 포기하겠다던,

수많은 한인 동지들의 소식이 더 많이 크게 들려왔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다독이며 저자는 무슨 깡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영국에 지내며 남은 학기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유학 뽕이 빠지지 않은 상태였고, 그 비싼 학비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남은 유학생들의 꺼지지 않은 불꽃으로 고집부리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고, 살아남았다고 말할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저자의 정의감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훨씬 차갑고 잔인했다.


늘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이던 거리가 텅 비었다.

(짐을 싸던 날 정말 엉엉 울었다)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사망자 수, 매일 같이 SNS에 업로드되는 무차별한 폭력

그리고 그 모든 타깃이 되어버린 아시아계 여자.


방호복을 입고 다니던 중국계 학생이 유난 떤다며 폭행을 당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임산부마저 질타를 당하는 세상에서


저자의 정신적 한계는 극에 달했고, 결국 정부의 마지막 영국 -> 한국 입국 날짜 선언 이후

바로 부동산 계약 위약금을 지불했고 한국행 짐을 싸기 시작했다.


보관(Storage Company) 업체에 대충 욱여넣은 짐들을 맡기고 급하게 예매한 항공편을 손에 들고 현관문을 잠그고 나니,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만이 우두커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반도주하는 것 같은 비주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런던 직항을 타기 위해 예매한 (거주도시 -> 런던행) KLM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공항 텔레비전에서는 접촉을 막기 위한 새로운 인사법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실속 없는 대화를 배경 삼아 공항 의자에 몸을 기대고 빨리 수속 카운터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항공편 이륙 시간 30분 전에도 그 어떤 직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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