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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A Mar 27. 2024

비즈니스 타는 여자의 KLM 항공 예매 시 주의사항

#7 유학생들의 Off The Record

[영국 공항에서 쫓겨나 노숙까지에 이어서...]


코로나로 인해 영국에서 한국 입국 출입 제한을 정부가 발표했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 편은 앞으로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예매한 KLM 항공편의 이륙 시간 30분 전까지도 열리지 않는 게이트를 바라보며

무언가 단단히 그것도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서둘러 공항에 몇 없는 직원들을 붙잡고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마스크 위로 구겨진 얼굴을 차마 감추지 못한 공항 직원이 입을 열었다.



[오늘 비행은 끝이야.]



서둘러 KLM 항공편 예매 내역과 안내 이메일을 보여주며 당장 런던 히드로로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더 이상 병균이랑은 그만 이야기하고 싶다는 듯한 제스처와



[오늘 비행 끝이야! 공항을 닫아야 해, 나가줘.]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당장 런던 히드로 공항을 가지 않으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없었고

우버를 불러 최대한 빠르게 기차를 타고 런던을 간다고 해도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머리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 나는 내가 예매한 KLM 항공편을 탈 수 없는지, 왜 공항은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는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나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거야?]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원래도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에 약한 편이지만

주변에 그 누구도 나의 절박함을 들어주려고 하지도, 아니 듣고 싶지 않아 했다.


철저히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이대로면 앞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과

당장에 집 열쇠도 반납해서 돌아갈 곳조차 없다는 생각에 공포감과 무력감이 몰려왔다.



그때 자신의 항공사 게이트를 정리하던 영국 항공(British airways) 직원분이 눈에 들어왔고,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삼키며 도와달라고 간절히 매달렸다.


나의 난처한 상황을 듣던 직원분은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시다 말했다.


[제가 알기론 오늘 오전 비행은 저희뿐이었어요. 간혹 인원 미달이나, 항공사 사정으로 취소되는 항공편이 있는데 혹시 안내를 못 받으셨나요?]


당시 예매 화면에는 오류만 나왔다


사건의 발달은 이러했다,

KLM 항공사 측에서 본인들의 사정으로 항공편을 취소했으나
하필 나에게 그 연락이 오지 않았고 (모든 이메일과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었음)
그 결과 당일 공항에 나온 건 나뿐이었던 것.


영국 항공사 직원분께서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는 KLM 직원에게 통화 연결을 해보겠다 했으나,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작은 호의에 감격해하며 따스함에 안심을 느낄 틈도 잠시, 공항 직원으로부터 당장 나가라는 외침들 들었다.



아, 나에게는 당장의 벌어진 사태 수습을 위한 작은 공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구나...



공항 주차장으로 캐리어를 끌고 나오니 영국이 늘 그렇듯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속에서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티켓 예매를 도와주시는 여행사 직원분, 먼저 한국에 돌아간 친구들, 

그리고 나의 안전 귀국만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께 계속해서 보이스톡을 걸었지만


한국 시간은 새벽, 아무도 내 울음을 들어줄  수 없었다.


한참을 울다 문뜩 2일 후에 한국을 들어간다던 한인 친구가 떠올랐고 곧장 전화를 걸었다.

아직 잠 덜 깬 친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몰려오는 안도감과 서러움에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친구네 집으로 가기 위해 부른 우버 안에서,

너희 정말 박쥐를 먹니?라는 질문을 애써 무시하며 KLM 항공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예기치 못한 항공편 취소가 많았던 것인지 KLM 항공 고객센터는 상시 통화 중이었고

어느덧 우버가 친구의 집 앞에 도착했다.




영국 비가 내려봐야 부슬비라고 하지만 눈물, 콧물에 비까지 홀딱 젖었으니,

친구 눈에는 생쥐꼴이었던 모양이다.


감기 걸릴라 일단 씻고 나오라는 친구의 손길에 떠밀려 샤워 부스에 들어갔다

물줄기가 머리에서부터 따뜻하게 퍼져나가자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머리에 물기를 털며 나오니 친구가 늦은 점심을 먹자며 식탁에 나를 앉혔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쌀밥 그리고 오징어젓갈,

원래는 정말 아껴먹는 거라며 툴툴대면서도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한 친구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한 끼였다.


친구의 따뜻한 위로가 담긴 식사


밥을 다 먹고 한국행 항공편 예매를 도와주셨던 여행사 직원분께서 연락이 왔다

해당 상황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어이없음이 통화 너머로 느껴졌다.


다른 항공사를 통해 어떻게든 한국으로 올 수 있는 다음 편을 연결해 드리겠다 하셨고

덧붙여서 어떻게 해서든 KLM의 환불과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고 분노하셨다.


하지만 정부의 입국 제한으로 남은 항공편 좌석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웠고

2일 후 KLM으로부터 답변을 받게 되었다.



[우린 모든 항공편 취소 안내를 전달했다. 환불은 불가하다]



자, 전쟁 선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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