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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나라' 영국, 학교는 민원으로 몸살

by Ms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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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흔히 '신사의 나라’라 불린다. 1997년, 내가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그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아 보였다.
거리에선 경적 소리를 듣기 어려웠고, 차들은 횡단보도가 아니어도 멈춰 서서 먼저 건너라고 손짓해주곤 했다.
사람들은 차분했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달라졌다. 도로에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들이 가득하고, 경적과 욕설은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무례함과 거친 변화는 학교라고 예외가 아니다.
‘극성 학부모’라는 말, 이제 영국 교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교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


영국 학교에서 교사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가 있다.

“오늘은 어떤 부모가 소리를 질렀다”, “욕설을 들었다”는 경험담이다.
‘신사의 나라’라는 환상을 품고 영국 학교에 온 교사라면 상당한 문화 충격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교사들은 정기적으로 ‘공격적이거나 부당한 학부모를 대하는 법’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 교육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영국 학교 현장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2003년 영국 교장 연합 (NAHT, National Association of Head Teachers)의 조사에 따르면,


학교 관리자의 82%가 지난 1년간 학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형태는 폭언(85%)이었고, 협박(68%), 온라인 괴롭힘(46%), 그리고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 차별적 언어(22%)가 뒤를 이었다.

10%는 학부모로부터 물리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86%는 학부모의 학대 행위가 지난 3년간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것은 더 이상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영국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현실이다.






1. 종교와 문화 갈등에서 시작된 민원 전쟁


지난 학년 가장 큰 이슈는 A 선생님과 한 학부모의 문제였다. 문제는 아이가 다니는 리셉션(Reception) 반에서 시작됐다. 부모님이 이 아이를 담당하는 A 선생님에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처음에는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기독교 행사에 아이 부모가 아이의 참여를 거부하는 등 종교적 갈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커졌다. 아이가 집에 가서 "TA(보조 교사)가 아이에게 욕설을 했고 담임 선생님이 소리를 질렀다"고 부모에게 말한 것이다. 우리쪽에서 봤을 때는 아이가 지어낸 이야기였지만, 부모는 아이의 말을 굳게 믿으며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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