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이 아닌 존중으로 아이를 지키기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가장 자주 마주하는 고민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어디까지가 따뜻한 접촉이고, 어디서부터가 위험한 접촉인가?”
나는 영국의 infants school에서 2학년 교사로 일하고 있다. 영국에는 Nursery부터 Year 6까지 함께 다니는 통합 초등학교(all-through primary school)도 많지만, 내가 근무하는 곳처럼 Nursery부터 Year 2까지만 담당하는 infants school과 이후의 junior school이 분리된 형태도 있다. 어린 연령대만 맡다 보니, 아이들의 발달과 안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3~4살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달려와 안기거나 무릎에 앉으려는 경우가 잦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애정을 느낄 때 기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아동 보호(safeguarding)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Safeguarding은 단순히 학대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
교사가 불필요한 오해로부터 보호받는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집에 가서 “선생님이 나를 만졌다”라고 말한다면, 부모는 당연히 확인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선의였더라도 교사는 의도치 않은 오해에 휘말릴 수 있다. 그래서 교사 모임에서는 늘 “아이와의 접촉은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고 아이를 무조건 밀어낼 수는 없다. 아이의 정서적 필요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른다.
교사가 먼저 안지 않는다. 아이가 다가올 때만 반응한다.
가슴이 닿지 않도록 몸을 살짝 틀어 안는다.
짧고 가볍게 포옹한 뒤 자연스럽게 다른 활동으로 유도한다.
접촉은 반드시 공개된 공간에서 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단둘이 있는 상황은 피한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주며 “내가 안아줄까?”라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