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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김 Feb 08. 2022

영국의 범죄와 사고

안전한 영국 생활을 위하여

확실히 한국은 전 세계적 기준에서 특히 안전한 나라이다.

이곳 영국도 특별히 치안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느끼는 위험 수준은 한국보다 좀 더 높은 편이다.


유동량이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도심이나 역 근처, 혼잡한 카페에서는 좀도둑이 설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부랑자나 불법 이민자 같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들이다.

한국에서처럼 랩탑 컴퓨터나 휴대폰을 잠깐 두고 주문을 하러 가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은 무척 조심해야 한다. 영국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심지어 눈앞에 보이는 곳에 가방을 두고 잠깐 주문을 하러 갔다 오는 것에 대해서도 카페 직원이 주의를 준다.


이곳의 형법은 한국과 비교하자면, 상해/강간/살인 등 사람에게 위해가 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인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좀도둑이나 소매치기 같은 범죄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라고 한다.

CCTV가 있더라도 개인의 Privacy를 매우 중하게 여기는 곳이라 증거 활용으로 쓰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고 대체로 노후화된 모델이라 성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범인을 잡을 확률도 낮고 검거되어 봐야 보상을 받을 가능성도 낮다.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해가 지고 나면 사람이 많지 않은 으슥한 곳을 걷는 일도 피해야 한다. 인적이 드문 공원 같은 곳에서는 강도를 만나기도 한다. 심지어 각종 우리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로 (인종이나 종교적인 문제, 신념의 문제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환경오염을 시키는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 같은 것으로) 테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워낙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 보니, 가끔씩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흉악한 일들도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여기 현지 영국인들은 번화한 도심에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가 지고 나면 대체로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차량과 관련된 사고는 어떨까.


통계를 찾아보니 ‘21년 발표자료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OECD 평균 5.2명이고, 우리나라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6.5명으로 여전히 나쁜 편이며 영국은 2.7명으로(전체 국가 중 5위) 양호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사망자’와 관련된 통계이고, 실제로 느끼는 차량 안전에 대한 느낌은 조금 다르다.


영국의 도시 구조와 건물, 도로는 한국과 비교하면 매우 오래 전 만들어진 그대로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처럼 쭉 뻗은 왕복 10차선 도로 같은 것이 없다. 런던 안의 주요 도로라고 해도 대체로 폭이 매우 좁은 왕복 4차선 정도일 뿐이고, 대부분은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이다. 마차가 다니던 시절 형성된 길 안에 최소한 양쪽 방향 왕복을 할 수 있는 도로가 들어서야 하니 차로의 폭도 좁고 그 옆에 붙은 인도의 폭도 제멋대로 넓어졌다 좁아졌다 한다. 맞은편에서 버스라도 다가오면, 차를 잠깐 옆에 붙여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게다가 지하에 주차장을 설치한 최신식 건물이 흔치 않다 보니 대부분 도로가에 주차가 되어 있고, 안 그래도 좁은 도로는 더 좁아지기 일쑤다.


도로가 좁다 보니 왕복 4차선까지 구성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3개 차선을 만들어 두고는 어쩔 때는 상행선으로, 어쩔 때는 하행선으로 이용되는 제3의 구간을 가운데 둔 도로도 많다. 도로에 그려진 차선조차도 애매하다. 애매하게 표시하고 애매하게 운영되지만 여기 사람들은 상황에 맞게 적당히 피해 가며 운전을 한다.


횡단보도의 종류 중에는 횡단을 원하는 보행자가 버튼을 누르면 일정 시간 후 신호등이 켜지는 종류도 있고, ‘언제나 보행자 우선’ 이라 보행자가 있으면 무조건 차량이 멈추어야 하는 종류도 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제멋대로 무단횡단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횡단보도 표시도 한국에 비해 희미하고 애매하다. 한국처럼 명확하게 ‘여기가 횡단보도요’ 하는 표식이 아니라 점선으로 대충 그려진 표식이다.

도로도 좁고 표식도 애매하고 다들 무단횡단을 하니, 차가 다니는 차도와 사람이 다니는 인도가 좀 더 중첩되는 느낌이다.


또 하나,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자동차의 좌측 주행이다. 워낙 이민자나 외국인 비율이 높고 많은 이들이 혼란을 겪어서 그런지 횡단보도마다 명확한 구역 표시는 잘 안 되어 있어도 “Look Right” 표시만은 꼭 적혀 있다. 하지만 여기 생활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여전히 길 건널 때 오른쪽을 먼저 봐야 하는 데에는 익숙해지지 않고, 정신없이 양쪽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곳 영국의 운전자들은, 일단 사람을 확인하면 꼭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심지어 무단횡단을 하거나 신호가 끝난 후 느릿느릿 걸어가는 사람에게도 절대 경적을 울리지 않고 끈기 있게 기다려 준다.

하지만 사람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속도를 잘 줄이지 않고 마구 쌩쌩 달린다. 방어운전이라는 개념이 없는 듯하다.

잘은 몰라도, 운전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보행자에 의해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에게 묻는 책임의 정도가 한국보다는 훨씬 낮은 게 아닌가 싶다.


좁은 도로에 시야도 확보되지 않는 교차로에서 시속 60km는 족히 넘을 듯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허걱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기어이 교통사고 상황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아이 등교를 위해 나가고 있는데 한쪽 방향 차들이 저 멀리서부터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어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했다. 가까이 가 보니 반대쪽 차선 끝에 10대로 보이는 아이가 쓰러져 있고, 그 옆에서 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러 명이 근처에 서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직 앰뷸런스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사고 접수는 이미 된 것 같고 참혹한 모습을 자세히 보고 싶지 않아 멀찍이 보고 지나치고 말았으나, 새삼 도로로 쌩쌩 달리는 차들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영국에서의 일반적인 운전습관과 도로 상황을 관찰하고는, 당장 스포츠 매장에 가서 아이의 헬멧부터 샀다.

한국에서는 킥보드(이곳에서는 ‘스쿠터’라고 부른다)를 탈 때 헬멧을 잘 안 써서 짐 쌀 때 미처 챙겨 올 생각을 못 했는데 여기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쿠터를 탈 때는 꼭 헬멧을 쓰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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