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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 아이를 둔 부모에게 데이트란?

소소하지만 소중한 1시간의 두근거림.

by 울랄라샙숑

미취학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말합니다.

"일상에서 아이를 뺀 부부만의 시간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2019년 12월.

4년이라는 알찬 신혼 끝에 소중한 딸아이가 찾아온 이후 부부의 삶에 아이를 빼놓은 일상이란 상상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디 우리 부부만의 이야기일까? 아마 이 글을 보는 부모님들 대부분은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수 없을 것.


그렇다고 우리 둘의 일상에 아이가 더해졌다고해서 그 것이 굉장히 불가항력적인 벽처럼 느껴지는 것은 전혀 아니고 이전의 삶과 결이 다른 행복한 순간순간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이 또한 행복하다면 너무 즐겨운 일상이라 할 수 있겠다.(사실 힘든 일이 9에 아이의 웃음이 1인 말도 안되는 비율이지만 그 1이 남은 9를 가볍게 이기는 법이다)


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부부 모두가 아이의 스케쥴에 맞추어 생각하고 계획하고 움직이니 스스로를 위한, 서로를 위한 관심과 시간은 사치인지라 연애, 신혼초 느끼었던 두근거리고 설레이는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는 기분은 우리 모두 체감하고 있을테니 넘기도록 하자.


육아라는 것이 순간의 치열함과 고됨의 연속이다보니 아이와 분리 되어 즐기는 소소한 일탈은 굉장히 소중한 일상의 바람이 되곤 한다.

대대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던지 아이를 두고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다던지의 과분한 사건(?)은 바라지도 않고 짧은 1시간 정도 다른 가족에게 약간의 뇌물을 공여하고 아이를 부탁드려 둘만의 점심식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가슴까지 짜릿한 여유가 되니 말이다.


이 날도 마찬가지.

집 근처 맛집으로 소문난 일식 돈까스를 근 1년동안 말그대로 소문으로만 들어오다가 아이를 잠시 부탁할 기회가 생겨 1시간 타이머 맞추고 오전 10시 30분 매장 오픈런을 강행하기 이르는데...(달려가면서도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중얼중얼중얼)


웃기는 것은 마트를 가거나 산책을 갈때 각자 아이의 양옆에 서서 아이의 손을 잡아주거나 혹은 한명은 짐가방을 한명은 유모차를 끌기만 하다가 오늘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오는데 결혼 6년차 부부임에도 그게 그렇게 어색하고 두근거렸다는 것.

흔히 부부끼리 그러는 것 아니야~라고 농담을 주고 받은 적은 있지만 그 짧은 순간 참 어색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는게 웃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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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후 10~20분 동안 조리시간을 기다리는게 왜이렇게 초초한지... 그냥 여유롭게 대화도 나누고 매장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감상하면 되는데 마음 속에선 부모와 떨어져 있을 아이로 가득차있어 결국 대화의 끝은 다시 아이에게 맞추어지고 아이의 점심식사 여부가 궁금해져 전화를 걸어볼까?란 조바심만 가득해지니 여유는 말그대로 사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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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과분한 둘만의 외식이 끝날즈음 무심코던진 말이 있다.


"우리 둘이 이렇게 나와 외식을 한게 얼마만이지?"

"음....."


난 대답하지 못했고 아내 역시 언제가 마지막 데이트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물론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 외식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닌데 부부가 두손 꼭 잡고 밥을 먹는다던지 식후 디저트를 먹는다던지 미혼자, 딩크족 부부가 듣는다면 그냥 하면되는 것 아니야?라고 의아해 할 것들이 우리에겐 어렵게 짬을 내어야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게 얼마나 웃픈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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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오랜만의 외식은 첫 술부터 마지막까지 당연히 만족스러웠고 아이와 약속한 귀가 시간이 다가와 부랴부랴 가게를 나왔지만 아이를 주려고 양 손에 간식을 사들고 가면서 짧지만 우리에겐 너무 소중했던 1시간을 종종 만들어가자는 기약없는 다짐과 약속을 하며 발은 빠르게 집으로 향하며 오늘의 ENFJ 남편의 일상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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