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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정민 Feb 04. 2018

턱여드름,왜 애꿎은 자궁 탓이죠?

턱여드름과 자궁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작은 고찰


턱여드름, 자궁이 안좋아서 생긴다구?



"정말 턱여드름은 자궁이 안좋아서 생기는건가요?"


 12년째 여드름 진료를 해오고 있는 저는 환자분들로부터 위의 질문을 무수히 들었답니다. 턱여드름 고민으로 산부인과를 다녀오신 분들도 있고, 어떤 환자분은 피부과를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한의원을 가보라고 했다면서 방문해주신 분도 있으셨어요. 실제로 검색만 해보아도 얼굴 부위별 여드름 원인으로 각 오장육부와 연관시켜서 이야기한 컨텐츠가 많이 보이는데요. 모두가 다 턱여드름을 떡하니 자궁과 연결해뒀더라구요.


정말 턱여드름은 자궁이 안좋아서 생기는걸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믿고 계신가요?


여드름, 왜 애꿎은 자궁탓할까?

 턱여드름이 자궁때문에 생긴거라는 오해를 받게 된건 생리 전에 유독 턱 여드름이 심해지는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생리 전에 여드름이 심해졌다가 생리가 끝나고나면 사그라드는 패턴은 호르몬적 현상으로 당연한건데요. 유독 턱여드름으로 반응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저의 경험으로도 다른 부위에 비해 턱부위 여드름은 유독 생리주기와 연관되어 더 심해졌다 좋아졌다를 반복하는 패턴을 많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론을 말씀드리면, "자궁이 안좋아서 턱여드름이 난다" "턱여드름 치료는 자궁을 치료해야 근본치료이다"라는 명제는 전부 근거없는 속설입니다.


 실제 턱여드름이 자궁과 관련이 있다면,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종 그리고 난소낭종 등 자궁의 기저질환을 가지신 분들은 모두 턱여드름을 동반하고 있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보이는 현상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자궁근종이 심해 수술을 해야된다는 어떤 분의 피부는 정말 깨끗하고 좋구요. 턱여드름이 심해도 생리주기나 생리혈 상태는 전혀 문제가 없고, 또한 자궁을 샅샅이 검사해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은 분들도 무수히 많구요. 저의 경험을 조금 말씀드리면 처음 여드름 진료를 할때 턱여드름에 자궁과 관련된 한약과 침치료를 해보기도 했었답니다. 그런데 결론은 재현성이나 유효성이 없는 치료였답니다.


그러면 왜 생리 전에 유독 턱여드름이 심해지는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국내외 논문을 뒤지는 작업을 상당히 오래한거 같아요. 명쾌하게 이 부분을 답해줄 연구는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가설과 그를 뒷받침해줄 연구들은 여러 개가 있더라구요. 이를 바탕으로 제 생각까지 포함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도록 할게요.


생리 직전 피부변화 이해해보기


우선 호르몬의 변화와 관련해서 생리 직전에 일어나는 피부 변화를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생리직전 피부에서 일어나는 변화
1. 피부 장벽의 투과성 증가해 자극 물질에 대한 방어력이 취약해진다.
2. 피지량이 늘어나서 번들거린다.
3. 각질이 많이 형성되어 피부가 푸석하고 거칠해진다
4. 염증 반응이 쉽게 진행된다.
5. 콜라겐과 히알루론산 합성 속도가 떨어져 피부 재생이 더뎌진다.(상처회복 속도가 더뎌진다)
6. 자외선에 대한 취약성이 커진다. (UVB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

위의 현상이 에스트로겐 혈중 농도가 줄고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피부 반응입니다. 각 성호르몬이 아래와 같이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턱 여드름, 월경과 연관성 이해해보기

턱여드름이 왜 생리 직전에 심해지는지를 정리해 봤는데요. 하나의 이유때문에 생리전 턱여드름이 심해진다기보다 세가지 요인이 영향을 주고 받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1. 턱은 피지선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부위 중 하나이다.

생리 전에 턱여드름이 생기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피지선 분포를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입니다. 피지선이 많은 곳이 여드름이 심해질 가능성이 많으니깐요. 몸전체에서 보면 얼굴에 가장 많은 피지선이 분포하고, 그 뒤로 가슴, 배, 팔, 다리 순으로 이어집니다. 얼굴로 한정시켜 본다면 얼굴 중심부 일수록 피지선 분포도가 높습니다. 즉 T존 부위라고 알려진 이마에서 코에서 입주변, 턱으로 이어지는 얼굴 중앙 부위에 가장 많은 피지선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피지선에는 sebocyte라는 피지형성세포가 있는데요. 안드로겐이 이 sebocyte와 결합하면 피지 형성이 늘어납니다. 또한 안드로겐은 표피의 각질형성 세포를 자극해 표피의 과각질화를 유도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서 여드름의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드름이 심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에스트로겐은 안드로겐 생성에 길항적으로 작용해 피지선의 활성도를 떨어트릴 수 있고 피지가 형성되는 과정의 유전자까지 조절하고 항염증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은 콜라겐의 양과 질을 좋게하고 표피세포의 유사 분열을 늘리고 상처 치유 속도를 늘린다고 합니다. 결국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피부는 피부 재생력도 또한 떨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에스트로겐은 여드름을 호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2. 턱부위는 발생학적으로 남성의 수염 부위와 같다.

 각 피지선 내의 androgen receptorestrogen receptor의 수나 activity(활성도)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피지선의 기저층과 모낭의 각질형성세포의 외수초에서 발현이 되는 androgen receptor의 갯수가 많고 활성도가 높다면 안드로겐에도 쉽게 반응을 할 것이고 에스트로겐에 반응할 estrogen receptor 갯수가 많고 활성도가 높다면 에스트로겐 작용이 더 우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strogen receptor의 수는 허벅지나 가슴과 비교해봤을 때 얼굴에 훨씬 더 많이 분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드는 상황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부위가 얼굴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보시면 되겠지요. hair follicle,  특히  sexnal hair follicle은 androgen receptor가 많고 안드로겐 의존도가 높은 부위이지요.

여성의 턱은 발생기에 남성의 수염이 나는 부위와 일치합니다. 여성호르몬의 우세로 여성으로 발현이 되면서 턱부위의 모낭은 퇴화가 되었고 남성들과는 다르게 여성은 수염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란 후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가 떨어지고 프로게스테론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이 부위가 발생기의 특징에 맞게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피지가 중력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흐름도

3. 턱부위는 중력의 영향에 따라 피지가 가장 많이 고이는 부위이다.

얼굴 부위별로 피지선의 밀집도와 피부 조직의 두께와 근막의 부착부위, 이목구비의 위치등을 고려해봤을 때 관자놀이 부위와 턱라인을 연결하는 얼굴 부위인 U존과 입술 주변과 T존에서 만들어진 피지가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다 가장 많이 고이는 부위가 입주변, 특히 턱부위입니다. 얼굴에서 가장 많은 피지가 모이는 부위인 턱 부위에서 여드름 을 악화시킬 수 있는 호르몬적 상황이 되는 생리 직전에 여드름이 많이 생긴다는 논리로 이해를 하시면 되겠지요.



참고문헌/

1. R.S.Raghunath외. The menstual cycle and the skin. CED(2015)

2.  Megha Kataria Arora외, Role of hormones in acne vulgaris, Lady Hardinge Medical College (2011.6)

3. Elaine Emmersobn 외, The role of estrogen deficiency in skin aging and wound healing.Biogerontology( 2011)

4. M.J.Thornton. The biological actions of estrogens on skin.Expermental Dermatology(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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