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과 식습관의 상관관계에 대한 작은 고찰
여드름 발생과 악화에 음식이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여러 피부과 선생님들 중 "음식이 여드름을 악화시킨다는 확실한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음식과 여드름의 상관관계를 부정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식생활이 염증 상태에 영향을 줘서 여드름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는 공신력있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음식이 여드름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의견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여드름 진료를 12년째 해오고 있는 제가 관찰해 온 부분을 말씀드리면, 어떤 경우에는 음식을 조절하면 여드름이 좋아지고, 어떤 경우에는 전혀 호전 반응이 없는 경우로 나눠집니다.
음식이 여드름의 근본적인 발생원인은 아닙니다. 여드름은 각질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제때에 탈락되지 못하는 피부타입으로 인해 각질이 하부 모공을 막는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만성 피부 질환입니다. 하지만 음식이 여드름의 악화요인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면포성 여드름의 발생과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의 관련성은 적은데, 화농성 여드름의 염증 악화는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관련이 많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육류가 염증에 안좋은 이유
여드름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염증을 컨트롤하는 것과 염증의 먹잇감인 피지를 줄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피지를 늘리는 음식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하기로 하구요. 오늘은 염증과 관계된 음식 이야기로 한정해보도록 할게요.
염증을 악화시키는 면역 반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프로스타그란딘(prostagrandin-PGE2)과 류코트리엔(Leukotrienes)이라는 물질입니다.
이 염증 물질 형성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것이 육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지방산인 아라키돈산인데요. 아리키돈산은 원형질막과 인지질에 결합되어 있는 세포막의 구성성분이기도 하고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약물 등의 자극 물질의 1차 전달자이기도 합니다. 이 물질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포의 원형질막에 있는 효소인 포스포리파아제 A2가 활성화되어 막인지질로부터 아라키톤산을 분리하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에이코사노이드가 혈관과 염증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염증은 외부의 침입자와 상처로부터 인체를 방어하고 재생시키는 중요한 과정인데요. 다만 너무 지나치게 많이 염증 전구 물질이 형성되면서, 즉 재료가 많아지면서 이 염증 반응이 과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그러면 여드름이 있는 사람은 육류는 마음껏 못먹는걸까요?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너무 속상할 거 같은데요. 호주의 멜번대학교에서 이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논문이 있습니다. 결론은 돼지 고기 또는 가금류(닭, 칠면조 등) 고기에서 지방을 많이 먹는 경우 아라키돈산의 섭취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즉 아라키돈산을 적게 먹기 위해서는 가급적 소고기, 양고기, 혹은 기름을 뗀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프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드름 염증이 심할 때 육류 드시는 원칙
1. 화농화된 염증이 심하다면 아라키돈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2. 맛있는 고기는 염증이 낫고 난 다음에 드세요.
3. 그래도 먹고 싶다면 가급적 소고기, 그리고 기름을 뗀 고기를 드세요. 닭고기, 특히 기름에 튀긴 치킨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4. 그리고 과식하지 마세요.
여드름에 좋은 음식
그렇다면 여드름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대략 아래의 3가지 범주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1. 활성산소를 줄여주는 항산화 물질
활성 산소가 정상적인 세포를 망가트릴 때 주변 세포들이 받는 충격을 산화스트레스라고 하는데, 산화스트레스가 생기면 피부 조직이 망가지고 모피지선 단위의 염증이 심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활성 산소를 줄여주는 음식을 섭취하면 여드름이 안좋은 형태의 염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
2. 염증 반응을 형성하는 물질 생성을 줄여주는 음식
패스트푸드과 같이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 오메가-6가 많이 함유된 음식은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됩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성분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프로스타글란딘과 류코트리엔과 같은 염증 유발 물질이 만들어지고, 염증과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면역화학 물질도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옥수수기름이나 콩기름 같은 식용유에 들어가 있는 리놀레산이 류코트리엔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리놀레산이 아라키돈산으로 변하고 아라키돈 산이 류코트리엔과 프로스타그란딘을 만들어내면서 염증이 악화되는 것이지요. 반대로 프로스타그란딘과 류코트리엔 생성이 줄어들면, 여드름이 좋아지고 피지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EPA와 DHA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3가 이러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피부 재생을 유도하는 음식
손상된 피부는 상처 치유 과정을 거쳐 복구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나야 피부 재생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피부 재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반응은 새로운 콜라겐이 합성되어 진피층의 구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는 생체 활성 물질이 다양하게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물질로 알려져 있는 것이 비타민 C입니다.
비타민 A,C,E
비타민은 '소량으로 신체의 여러 기능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호르몬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호르몬과 비타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리 몸이 스스로 충분하게 합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호르몬과 달리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스스로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합성을 하더라도 충분치 못하게 합성됩니다) 외부로부터 섭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의 표와 같이 비타민은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각각이 다른 역할을 한답니다.
이렇게나 많은 비타민들 중에서 여드름 피부에 특히 더 중요한 것은? A, C, E 입니다.
비타민 A
비타민 A는 모낭벽의 각질이 과도하게 생기지 않게 하고, 각질이 쌓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해요. 여드름이라는 것이 각질이 모공입구를 막아서 생기는 질환인 만큼, 비타민 A는 여드름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비타민A 유도체가 바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여드름 치료제 로아큐탄입니다. 하지만 합성 비타민A의 경우에는 부작용이 많이 알려져있어요. 따라서 천연 비타민, 즉 프로비타민인 전구 물질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베타카로틴과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항산화작용을 하여 상피세포 성장을 자극해 모낭내의 각질세포를 제거하고 피지를 조절하고 피부 재생을 유도해 붉은기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비타민 A가 풍부한 야채/순무,당근,양배추,샐러리
비타민 C
비타민C가 피부 미용에 좋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계시죠? 비타민C는 콜라겐을 형성하는 데 중간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여드름으로 인한 상처나 흉터를 개선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멜라닌 생성을 억제해 색소침착을 완화하고 개선시켜주는 효과도 있지요. 또한 대표적인 항산화제 중의 하나랍니다.
브로콜리는 비타민C는 레몬의 2배 정도의 양을 갖고 있고, 면역력 증강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많이 섭취해주세요. 레몬은 하루 1개면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의 90% 섭취 가능한데요. 레몬은 그냥 통째 먹기 힘드니 잘라서 물에 담가 수시로 레몬물을 마셔주면, 비타민C와 수분공급을 한꺼번에 할 수 있으니 권해드립니다.
비타민 E
비타민E는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입니다. 비타민E는 주름과 다크서클 등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인 활성산소를 분해해 피부를 건강하게 하며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피부 재생을 돕기 때문에 역시 여드름에 좋은 물질입니다. 피부 재생력이 좋아야 여드름이 나더라도 비교적 '나쁜 형태’로 진행되지 않을 것입니다. 비타민E가 풍부한 음식으로는 브로콜리, 아보카도,견과류가 해당됩니다.
오메가3
우리 몸에는 불포화지방산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은 세포의 구성성분이기도 하고,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반응에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답니다.
불포화지방산에는 다들 많이 들어보셨을 오메가3, 오메가6가 포함되는데요. 오메가6는 우리 몸에 적당량이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과잉섭취하게 되는 경우에는 염증을 유발시킬 수 있어요. 여드름이라는 것도 만성 '염증'이기 때문에 오메가6가 과도하게 섭취하면 류코트리엔과 프로스타그란딘이라는 염증물질이 만들어지고, 당연히 여드름도 심해질 수 있습니다. 오메가3에는 이러한 오메가6의 염증 촉진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답니다!! 오메가3가 풍부한 대표적인 음식에는 연어가 있습니다. 물론 호두, 대두, 아마씨 등의 식물성 오메가3도 있긴 한데요, 식물에서 추출되는 오메가3는 몸 안에서 완전하게 이용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동물성(생선기름) 오메가3를 섭취하는 것이 좋답니다.
아연
아연은 여드름을 개선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미네랄 중 하나에요. 아연은 백혈구 생산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영양소로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답니다. 아연은 여드름 균을 제거하는 것을 도와 염증을 가라앉혀주고, 붉은기를 개선시키는데도 도움이 되구요. 뿐만 아니라 아연은 정상적인 세포분화와 증식, 유전자 발현과정에 필요한 영양소로 피부 조직을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여 피부 재생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들 중에는 심한 여드름 환자들의 혈액을 검사했을 때 아연 농도가 낮았다는 보고도 있구요. 여드름 환자들에게 아연을 먹인 결과 염증성 여드름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럼 아연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굴
아연이 많이 들어있는 대표 음식으로 최고 5-8배의 아연을 함유하고 있는 바다의 보배입니다.
다시마
여러 해산물, 해초에 아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요. 특히 다시마에 가장 많은 아연이 들어 있습니다.
매실
매실에는 아연 뿐만 아니라 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고, 해독 작용이 풍부한 과실입니다.
참고문헌/
1. 앨런 C 로건 외 1인, 스킨다이어트. 수북(2011)
2. Duo Li외. Contribution of meat fat to dietary arachidonic acid. Lipids(1998)
3. GUYTON&HALL. 의학생리학 . 정담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