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정민 May 18. 2018

이갈이가 얼굴 모양을 바꾼다

이갈이 습관이 만드는 턱관절장애, 안면비대칭 이야기

이갈이는 왜 생기나?


 낮동안의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밤에 양질의 잠을 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잠을 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은 불면 증상과는 구별해서 충분한 시간을 자더라도 수면의 질을 떨어져 있는 상태는 수면장애라고 하지요. 코골이, 수면중 무호흡, 이갈이 등이 수면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증상은 본인의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고 전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함께 생활하는 배우자나 동료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코골이, 이갈이, 수면 무호흡증 모두 턱관절 건강과 안모의 변화와 관련이 많은데요. 오늘은 이갈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드릴까 합니다.

 

 이갈이(bruxism)는 윗니와 아랫니를 맞대고 갈거나(grinding) 악무는(clenching) 행위를 말합니다.  이갈이는 주로 수면을 취하는 도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본인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보통 이갈이라고 하면 모든 경우 소리가 심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 이갈이도 있습니다.  소리가 나는 이갈이를 위상성 이갈이, 소리가 나지 않는 이갈이를 긴장성 이갈이라고 합니다.


 이갈이의 원인이 초기에는 교합의 부조화라고 생각되었는데요. 그런데 교합을 맞춰준다고 이갈이가 치료되지는 않았고 그 뒤에도 원인을 찾기 위한 수많은 연구들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아직 확정적인 원인은 없고 여러가지 말초성 요인보다 중추성 요인, 즉 뇌가 이갈이에 중대한 요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갈이는 깨어있을 때 일어났던 스트레스 반응과 연관이 많으며 수면중 이갈이 증상이 있는 사람은 깊은 수면 상태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만성 피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각적으로 이갈이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수반되는 몇가지 징후로 이갈이를 하는 것을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아침에 기상한 후 자기전에 느끼지 못했던 두통, 치아통증, 턱관절 통증, 개구장애 등의 증상이 생겼다가 활동을 하면서 점점 풀리는 경우 자는 동안 이갈이를 하지 않는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한 장기간 이갈이로 치아가 마모된 경우 치아가 차고 뜨거운 음식에 민감해지고 씹을 때 시큰거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갈이에는 위의 사진과 같은 매우 특징적인 sign을 관찰할 수 있는데요. 바로 입안에 구강내 볼살이나 혀가 씹혀서 생긴 하얀선이나 설면이 자주 발생한다면 이갈이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갈이가 어떻게 얼굴을 틀어지게 만들까?


 턱관절은 하루종일 수천번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턱관절은 말하고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데 관여할 뿐 아니라 침삼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침삼키기 반응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규칙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이 과정에 턱관절의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턱관절( 측두하악관절: TMJ)은 측두골의 관절와 안에 하악의 끝부분인 하악과두(아래턱과두:condyle)가 경첩처럼 맞물려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하악과두는 입을 벌릴 때는 앞쪽으로 미끄러지고 입을 닫을 때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운동을 합니다.  관절원판 뼈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아주는 섬유성 결합조직으로 신경이나 혈관이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때문에 손상이나 통증을 일으키지 않고 강한 압력을 견딜 수가 있는 것이지요. 서로 다른 운동을 하는 두 개의 뼈가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 관절원판과 접촉하는 하악과두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위치를 중심위(centric relation)라고 합니다. 중심위, 즉 TMJ가 뼈, 인대, 근막, 근육 등 여러가지 구조물들의 안정적인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관절에 붙어서 움직임을 주도하는 근육(Muscle)입니다.

 저작과 연하시에 하악은 주로 수직방향으로 운동을 하고 입을 닫을 때 치아 접촉시에 치아에 가해지는 힘도 또한 수직방향입니다. 수직방향의 힘은 치아 지지조직에 의해 잘 흡수되어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갈이를 할 때는 하악이 좌우측, 전후방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러한 측방 운동이 만들어내는 수평방향의 힘은 흡수가 되지 않아 치아나 지지구조 양쪽 모두 손상을 시킬 수가 있는 것이지요.

 



 이갈이로 인해 안모가 변하게 되는 과정은 우선 하악과두의 위치 이동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갈이는 보통 좌우 불균형한 패턴으로 발생합니다. 하악과두의 위치도 또한 안정된 위치에서 멀리 활주된 위치로 중심위에서 한참 벗어나 저작계에 큰 긴장을 유발하면서  일부의 치아에만 과도한 힘을 가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패턴이 여러가지 병적인 문제들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지요.  하악이 후방전위되거나 측방으로 움직이게 되면 하악과두가 턱관절의 관절원판을 압박하게 됩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반복되면 턱관절강의 후방부위로 이동하면서 하악과두가 뒤로 밀리고 관절원판인 디스크가 손상되면서 하악과두와 관절 융기 면이 반복적으로 부딪힙니다. 결국 하악과두가 마모되면서 턱관절 축이 서서히 틀어지고, 개구장애, 개구시 통증, 딱딱 하는 소리 등의 3대 증상으로 진단되는 턱관절 장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 습관적인 이갈이로 인해서 한쪽 치아가 많이 마모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좌우측 교합 평면의 높낮이가 달라지게 되면서 안면비대칭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이갈이로 인해서 턱관절축이 틀어질 뿐 아니라 치아의 교합평면까지 틀어지게 되면서 안면비대칭 증상이 심화되는 경과를 거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안면비대칭이 심하게 진행되어 있다면 마모된 치아를 복원해 좌우 편차를 맞추는 치과 치료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또한 턱관절의 이상기능 활동은 좌우 근육의 편차를 만들어내 문제를 심화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이갈이 치료에 턱관절과 관계된 근육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갈이와 관련된 안면근육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같은 힘이 가해지면 근육은 피로도가 올라가게 되는데요. 이를 activity stress라고 합니다.  그러면 근조직 내에서 정상적인 혈류를 방해하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와 세포대사 부산물의 양이 증가되면서 근육의 strain이 올라가게 됩니다.  결국 한쪽의 근육이 비대해지면서 턱관절 주변의 근육의 움직임이 정상 패턴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복적인 이갈이에 의해 활성화되는 근육은 턱관절 장애안면비대칭에 관여하는 근육과 동일합니다. 안면비대칭과 관련된 근육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 그 근육 이름을 다시 한번 상기해볼까요?  바로 교근, 측두근, 내익상근, 외익상근, 이복근입니다. 교근은 하악을 상승시켜 턱을 닫게 하는 기능을 하고 내익상근은 교근과 측두근과의 협력 작용으로 입을 여는 작용을 주도합니다.

 이갈이가 진행 중일때 턱의 움직임은 입을 강하게 다문 상태에서 수평 방향으로 측방운동이 일어나게 되는데, 보통 한쪽에 더 강한 힘이 가해집니다. 이를 강하게 다물 때 교근이 활성화되기 전에 측두근이 먼저 활성화 됩니다. 그래서 이갈이에 측두근이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측두근의 후섬유는 하악골을 하방 전위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그래서 이를 가는 버릇( bruxism이) 있는 경우 주로 후섬유가 침범되어 있습니다. 외익상근의 하두가 좌우측 양쪽에서 동시 수축하면 하악이 앞으로 움직이고, 한쪽만 수축하면 하악은 반대쪽으로 측방 운동이 일어납니다. 또한 이복근은 전섬유와 후섬유가 협조해 하악골의 후방이동에 관여하는데 외익상근과는 달리 입을 여는 초기에는 활성화되지 않지만 하악골을 최대한 하강시키고 강하게 입을 여는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복근은 하악골이 후방으로 이동되어 있을 때만 활성화되는 근육입니다. 전섬유는 하악골을 하강시키는 것이 주작용이고 후섬유는 하악골의 후방 이동에 주로 관여합니다.

이갈이하면 하악이 하방(뒤로)이동하는 수평운동을 합니다.

 하악골의 후방이동에 관여하는 근육을 정리해보면 이복근의 후섬유와 측두근의 후섬유, 그리고 교근의 심층섬유입니다.이러한 근육들은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은 잘 견디지만 이갈이와 같이 수평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은 잘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갈이가 반복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턱을 움직이는 근육들이 반복적으로 비정상적인 힘을 많이 받게되고 이로 인해 근육 자체에 이상긴장 반응이 발생합니다. 초기에는 근육에 묵직하고 뻣뻣한 느낌이나 통증이 발생하다가 턱관절의 관절원판의 디스크가 마모되면서 턱관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갈이는 좌우 불균형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턱관절 주변의 근육이 불균형하게 발달하고, 좌우측 근육의 볼륨의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갈이 치료 방법 모아보기


보톡스

이갈이 치료를 위해  교근과 측두근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보톡스 요법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됩니다. 지인인 치과 선생님께 들은 부분을 조금 설명드리면, 교근에만 보톡스를 주입하면 보상적으로 측두근을 이용해 이를 갈게되어 측두근이 과긴장되어 비대해지고 편두통이 생길 수 잇어서 측두근과 교근에 같이 보톡스를 주입한다고 하구요. 사각턱을 완화하기 위한 교근 축소술에 활용되는 보톡스 요법보다 용량을 더 증량해야 효과가 있고, 약물을 주입하는 포인트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보톡스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겠지요. 보톡스가 가진 부작용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고 반복해서 맞으면 내성이 생겨서 듣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스프린트


마우스피스라고도 불리는 스프린트도 이갈이 치료에 많이 활용됩니다.  스프린트가 직접적으로 이갈이를 치료하지는 않지만 이갈이나 이악물기로 인해 발생하는 치아의 마모를 줄이고, 기상후 생기는 극심한 통증 완화하기 위한 용도로 쓰입니다. 또한 이갈이 소리를 감소시켜 같이 자는 사람의 고통을 줄여주려는 용도도 있겠지요.  그러나 스프린트는 턱관절 문제나 두통 등 이갈이가 심화되어 발생한 이차 증상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주로 보톡스 요법과 병용해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

이갈이 활성을 감소시키는 약물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약물은 간질치료제인 clonazepam(리보트릴®, 클로노핀®)과 혈압강하제와 편두통 치료제로 쓰이는 clonidine (캡베이®), 그리고 항우울제인 amitriptyline(에트라빌®)이 대표적입니다.


FCST


 한의학에서는 이갈이로 불균형해진 근육의 움직임을 개선하고, 뇌신경을 안정화시키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치료를 접근하고 있습니다. 얼핏클리닉에서 안면비대칭 치료를 할 때 이갈이 습관이 있다면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치료를 병행합니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 FCST 요법CST테라피입니다. 맞춤 제작된 균형장치를 이용해 좌우 턱관절의 편차를 줄이고 교정치료를 통해 틀어진 경추 C1, C2 위치를 바로 잡아 뇌신경(cervical nerve)의 눌림을 해소하고 뇌척수액(CSF)의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줍니다.




신원장의 TIP.  이갈이를 줄이기 위한 습관들

- 금연하기: 니코틴이 도파민 분비를 자극해 이갈이 빈도가 증가될 수 있습니다.
- 음주 줄이기: 과음한 날, 코골이나 이갈이 빈도와 강도가 증가합니다.
- 커피 줄이기 : 카페인은 각성, 흥분 작용을 증가시켜 이갈이 빈도에 영향을 줍니다.
- 다이어트하기: 비만 체형인 분들이 이갈이가 심합니다.
- 수면습관 개선하기: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수면전 음식을 섭취하는 습관은 이갈이를 늘립니다.
                                                                                                                                                                                                                                                                            

 이갈이를 단순 치과적인 문제로만 한정지어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갈이는 수면 중 호흡 형태와 정신적, 심리적인 문제 등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이갈이 습관이 장기간 반복되는 경우 턱관절 문제로 이어지며, 턱관절이 정상적인 기능을 잃게 되면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안면비대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Jeffrey P. okeson. 악관절장애와 교합의 치료. 대한나래출판( 2014)

2. 최호영. 임상근육학. 대성의학사 (1999)                                                                                                                                                                                                                                                                            



신정민 /전직 약사&현직 한의사

강남 참진한의원에서 난치성여드름, 여드름흉터, 주름, 안면비대칭, 턱관절장애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약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진료현장의 경험을 담아 얼굴 건강과 관련된 지식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짬짬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