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스테로이드 비틀어보기
제가 약대를 졸업하고 대형 병원 앞 약국에서 새내기 약사로 근무할 때는 의약분업이 되기 전이라
약국에서도 스테로이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고 그랬었답니다.
제가 근무하던 약국을 매일 출근 도장을 찍던 아주머니가 있었는데요.
그 분은 약국 옆 골목에 위치한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면서 채소를 팔던 분이었어요.
이분은 늘 오후 무렵, 일정한 시간이 되면 "딸랑"하고 문을 열고 들어와
판콜이라는 액상 감기약 1병과 프레드니솔론 성분의 스테로이드 제제 1알과 진통제가 들어있는 조제약을 요구하셨습니다.
" 맨날 먹던 그거 줘~" 그러면서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오시곤 했죠~
7-8년째 매일 일상처럼 이렇게 약을 드셔왔던 그 아주머니의 모습은
사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잊기가 힘들 정도로 처참합니다.
얼굴은 달덩이처럼 부어서 눈도 잘 안보이구요.
이빨이 깨져서 웃을 때마다 흉물스럽기까지 하고
혈압도 높아서 매번 두통을 달고 살았구요.
얼굴 피부는 얇아져서 혈관이 비쳐 늘 붉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글로 서술된 내용으로는 어떤 느낌인지 잘 다가오지 않으시죠?
아래 사진과 비슷한 느낌이랍니다.
이렇게 약 드시면 안된다고 누차 말씀드려고 복용을 조절해 드릴려고 해도 안먹으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고..하루벌어 먹고 사는데,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중요치 않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더라구요.
하여간 만날 때마다 안쓰러움이 많이 들던 분이셨습니다.
그분을 생각하면 의약분업이 되어서 의사 처방없이 약을 함부로 복용할 수 없는 의료 구조가 구축된 것이 아주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이처럼 스테로이드가 여러 증상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이지만, 부작용이 많은 약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죠?
건선, 아토피성 피부염을 포함한 각종 피부염, 류마티스 질환과 같은 면역 질환 등등 스테로이드의 적용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그러나 장기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심한 약이므로, 이를 인지하고 알고 활용하셔야 한답니다.
코티손이라는 물질은 우리 인체가 여러가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라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인체의 부신에서 생성되어 부신피질 호르몬이라고도 하지요.
스테로이드는 인공적으로 합성도 가능합니다.
코티손과 인공적으로 합성된 물질들을 통틀어 스테로이드라고 합니다.
운동 선수들이 근육의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복용을 많이 하는데요. 도핑 검사에서 걸리는 제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스테로이드제입니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 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다양한 염증 질환에 두루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현존하는 약 중에 가장 강력한 항염증 제제라고 말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스테로이는 부종, 염증 부위의 열, 압통과 통증 등등 염증으로 인한 모든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염증, 발열, 통증 등의 증상은 인체에 가해지는 자극을 이겨내기 위한 인체의 방어반응 일종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세균이나 기생충이 인체내 있을 때,
병이 있을 때 증가하는 백혈구인 호산구의 수치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호산구는 산성 색소에 잘 물드는 거칠고 큰 과립을 많이 가진 백혈구로 호산구 수치로 염증의 경중을 구별하게 됩니다.
* 염증에 따른 호산구 수치
- 경증의 염증에서는 1마이크로리더당 500개
- 중증의 경우 800개 이상
- 호산구증가증이라는 질병의 경우 1000개 이상
스테로이드제는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스테로이드제를 주입해 염증 반응을 억누르는 약이지요.
아까 스테로이드는 몸에서도 분비된다고 설명을 드렸는데요.
합성된 약과 천연 스테로이드 분비량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한번 복용한 스테로이드 제제는 몸 속에서 얼마나 남아서 효과를 낼까요?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약학에서 세분화되어 약동학(pharmacokinetics)이라고 하는데요.
모든 경구 복용약은 위장에서 간문맥을 통해 대사되어 약효를 내는 유효 농도에 도달해 배설이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천연 스테로이드 분비량은 2.5mg, 경구용으로 복용하는 알약은 5mg입니다.
그리고 스테로이드는 72시간 내에 대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설되구요.
이 얘기는 최대 72시간 내에 재투여되어야 약효가 유지될 수 있고 염증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외용제( 연고, 크림, 로션, 젤)와 경구복용약과 주사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주사 > 알약 > 연고 순으로 강도가 높아집니다.
약의 강도가 높을수록 몸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많이 일으키겠죠?
보통 모든 약에는 부작용과 적응증을 기재한 설명서를 가지고 있는데요.
아래의 설명서에는 각 제제의 부작용을 빨간색 박스 안에 서술해 뒀는데요.
이 박스의 크기로 부작용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해야할 일이 사라지면 기능이 퇴화됩니다.
변비증상이 있는 사람이 변비약으로 지속적으로 관장을 하면 장은 기능을 잃어 스스로 변을 못보게 되는 것처럼요.
스테로이드가 장기적으로 몸에 투여될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체 내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염증을 제어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받게 되면 인체는 필요 이상의 호르몬이 상재하는 것을 콘트롤하려고 하게 되고 그 양만큼 부신에서 생성량을 줄여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공급받던 스테로이드 투여가 중단되거나 그 양이 줄어들게 되면 잠잠했던 염증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이라고 합니다.
새내기 한의사일 때 아토피 피부염으로 장기간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른 환자가 갑작스레 연고 사용을 중단한 뒤 주체가 안될 정도로 염증이 악화되는 걸 본적이 있는데, 정말 무섭더라구요.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위의 각 제제의 설명서에서 서술되어 있듯이 인체 여러 부분에서 아주 다각적으로 나타납니다.

쿠싱증후군이 있는 아가의 모습이에요. 미쉐린이라고 하는 캐릭터가 떠오를만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니 아이 엄마는 너무 속상할 거 같아요.
최근에 한 TV프로그램에서 왕년에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가수 이은하씨 인터뷰 장면을 봤는데요.
그녀도 척추분리증 치료를 위해 복용했던 스테로이드제로 발생한 쿠싱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자세히 알아볼게요~
알약과 주사제 사용으로 나타나는 내과적 부작용은?
- 키가 자라지 않는다.
- 장기간 사용시 얼굴이 둥굴어지는 쿠싱증후군
- 안면홍조
- 목뒤 지방질이 쌓여서 튀어나온다
-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반면 복부는 비만형 체형이 된다
- 당뇨병과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 피부가 약한 자극에도 멍든다
- 뼈가 약해져 쉽게 골절된다.
- 피부가 트는 증상인 붉은 선조가 나타난다.
- 인체의 면역기능을 억제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
- 위점막의 혈액공급을 차단해 위염, 위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발생한다.
- 외부에서 투여하던 스테로이드 공급이 중단되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쇼크사하는 경우도 있다
연고제를 장기 사용하면 외과적 부작용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가 늘어난 자국인 선조가 생긴다.
-혈관이 확장된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피부 감염에 쉽게 걸린다
-입주변에 발진이 생긴다
-백내장과 녹내장을 유발한다.
-피부가 쉽게 상처나고 찢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는 현대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약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그 효과가 드라마틱합니다.
그러나 빨리 치료되는 방법일수록, 즉 작용이 강한 약일수록 그 부작용도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보여지는 증상을 컨트롤하는 개념의 치료법인 대증요법이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인데요.
대증요법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만성화된 염증의 경우 증상에 가려진 원인을 찾아내서 치료를 해주는 개념의 치료법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의학이 이러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고, 진료 현장에서 매우 강점이 크다는 부분을 강조해드리고 싶어요.
또한 무분별하게 스테로이드 제제를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진단없이 장기로 바르는 행동의 주의해주셔야 합니다.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한 후 사용해주셔야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