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을 전공하셨다고요? [1]

4년간 대학원에서 농담을 연구하며

by 울맹

어떻게 하다가 농담을 연구할 생각을 하셨나요?


나는 2015년도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었다. 지금껏 그 결심이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5년도부터 여러 장편, 단편 소설을 습작으로 쓰며 꿈을 키워갔다. 이것이 이상주의자의 허무맹랑한 꿈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기간도 정했다. 딱 5년만 도전해 보자!


"등단하셨나요?"

"아니요."


그러나 2019년이 되어서도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규모가 제법 큰 공모전에선 번번이 미끄러졌고, 소규모 공모전에서 입상한 것은 어디 가서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대로 꿈을 접어야 하는 걸까.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까.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때도 한창 이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러길 수 일, 결론을 내렸다.


'대학원에 가자.'


대학원에 대해서 뭘 잘 알아서 그랬던 건 아니다. 단지, 지금 작가의 꿈을 포기하긴 싫었고 어딘가로 도망가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가면 나의 전문성을 높이면서 글도 계속 쓸 수 있겠지. 너무나도 합리적인 결정인 듯했다. 게다가 전공도 인문카운슬링학이라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니, 생각만 해도 멋졌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언젠가 따로 풀 기회가 있지 않을까.


각설하고,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은, 애당초 내가 대학원에 간 동기가 연구에 초점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더 나은 글, 더 깊은 글을 쓰기 위해 수련하러 간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난 논문도 재밌게 쓰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논문을 써야 해서 쓴다고 말하긴 하지만, 나에게 논문은 경험치를 쌓는 사냥터와 같았다. 이 시간도 허투로 쓸 수 없었다.


재밌는 논문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후, 서점을 돌아봤다. 아는 게 있어야 시도라도 해볼 게 아닌가. 그때였다.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 한 권 있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 (열린책들 구판)


바로 정신분석학의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라는 책이었다.


'오? 농담?'


나는 뭔가에 이끌리듯 앞으로 농담이 내가 연구할 핵심 주제가 되리란 것을 직감했다.

이러한 직감은 책을 펼쳐봤을 때 확신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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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의 본질과 위상에 대해 뭔가 해명할 수 있는 문헌이 있거나 미학자나 심리학자에게 한 번쯤 문의해 볼 기회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농담이 우리의 정신적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철학적 관심을 오랫동안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p.11


'그래, 사람들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말이지...'


나는 스스로 농담을 잘하고 재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이 분야만큼이라면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때까지 살아왔던 나의 삶이 근거였다.


농담을 연구 주제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다른 자료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철학의 한 연구 분야인 놀이철학, 예술철학 등이 눈에 띄었다. 운이 좋게도 지도교수님 되실 분이 니체를 전공하셨고 놀이철학과 예술철학 방면으로 국내 석학이셨다.


딱! (엄지와 중지를 튕겼을 때 나는 소리)


지도교수님은 모르셨겠지만, 나는 이때 속으로 뭔가 됐다 싶었다.

나만의 상상 속에서 여러 분야의 키워드들이 착착 연결되기 시작했다.


농담 -> 놀이 -> 긍정적인 효과
농담 -> 예술 -> 긍정적인 효과
농담을 예술의 지위로 올리는 작업을 한 뒤, 예술이 된 농담을 활용한 놀이는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앞으로 험난한 일들이 예정되어 있는 내 연구는 이렇듯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상의 단상에서 시작되었다.


재밌는 논문을 쓰고 싶었고,

농담과 함께라면 그 글은 재밌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반박 시 네 말이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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