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을 전공하셨다고요? [4]

4년간 대학원에서 농담을 연구하며

by 울맹

처음부터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나요? (2)


"아니요!"


나는 경북대학교 인문카운슬링학과에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했었다. 석사과정도 아니라 석박사 통합과정이라니!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대학원으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이왕 공부하는 거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으니까. 그래서 졸업 조건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선 찾아보지도 않았고 크게 고민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박사까지 할 거니까.


이것으로 인해 한 가지 해프닝이 생겼다. 그동안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없었기에 졸업 요건을 조교 선생님이 찾아보는 와중에 나는 계속해서 논문지도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통합과정생도 석사 논문을 써야 하는 줄 알았다. 개인적인 전략으로도 석사 논문이 필요했다.


'석사 논문에서 농담의 매체적 특징이 무엇인지 밝히고!'

'석사 논문을 발판 삼아 박사 논문에서 농담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되겠다!'


이게 초창기 나의 전략이었다.

또한 한 학기 동안 논문지도수업을 들으면서 발표한 나의 주장들이 교수님과 동료들에게 썩 잘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 당시엔 이것이 주장의 문제라기보다 연속성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부분적으로 발표하니까 다들 연결이 안 되나 보나. 한 번에 다 정리해서 드리자.'


지금 생각해 보면 약간 미친 생각이었던 거 같다. 나는 지도교수님과 아무런 상의가 없이, 2학기가 끝난 방학 때 석사학위 논문을 완성시켰다. 80쪽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오늘 이 글을 다시 보면 한 없이 부족한 글이다.

학위 논문은 마냥 혼자 독단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주제부터 지도교수님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땐 몰랐다. 오로지 완결된 나의 의도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고, 비판을 받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검토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논문 원고를 제본하여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교수님, 석사학위 논문을 다 썼습니다."

"흐음."


교수님은 참고문헌과 목차를 읽어보시더니 말씀하셨다.


"논문은 목차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해. 목차부터 다시 정리해 봐."


이 말은 내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주장을 검토받고 싶었는데, 목차만 보시고 글을 반려하시다니! (물론 지금은 100% 이해가 된다.)


그 말을 듣고 난 뒤의 좌절감은 상당했다. 급속도로 내가 쓴 글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논문을 쓰기 위한 모든 열정과 동력이 순식간에 사라진 기분이었고 뭔갈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개강했을 때, 나는 논문지도수업을 듣지 않았다.

한 학기 동안의 방황이 막 시작됐다.


빠르게 타올랐던 불꽃 그 속도만큼 빠르게 사그라들었던 것이다.


반박 시 네 말이 맞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농담을 전공하셨다고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