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대학원에서 농담을 연구하며
석사학위 논문 초고가 읽히지 않은 채, 목차만 지적받고 반려당하자 학업에 대한 의욕은 급속도로 저하되었다. 다행히도 이 시기를 견딜 수 있을만한 희소식이 2개 있었다.
하나는 내가 석사학위 논문을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 과에서는 석박사통합과정생의 졸업기준은 박사과정생의 졸업기준과 동일하기 때문에, 박사학위 논문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유후~
물론 석사학위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마냥 좋았던 건 아니다. 왜냐하면 석사학위 논문에서 농담과 매체의 관계를 먼저 다루고 이를 통해 농담-매체-예술의 관계를 드러내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은 언제나 수정되는 법! 이제 농담과 매체의 관계는 학술지에 투고하는 논문을 통해 드러내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주최한 독후감상문 공모전에서 내가 입상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다. 도서관에서는 100개의 선정 도서를 제시했는데, 그 중에는 마샬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도 있었다. 그런데 <미디어의 이해>의 중심 내용은 농담을 매체로 보는 것에 핵심적인 관점을 제시해 준다. 나는 이미 이 책을 다 읽은 상태였다. 공모전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글을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논문에 쓸 아이디어를 살짝 맛보기로 풀어서 제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때 선보인 아이디어는 반년 후에 나의 첫 논문(학술지)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했다.
아무튼 난 논문에 쓸 아이디어를 풀어 쓴 <미디어의 이해>의 독후감상문으로 상을 받게 되었다. 이때의 마음 가짐은 이랬다.
'만약 여기서 상을 받는다면 내 아이디어는 나름 인정을 받는 게 아닐까? 상을 받지 못한다면 내 아이디어가 가치가 없거나, 적어도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다행히도 농담과 매체의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와 <미디어의 이해>의 연결은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독후감상문 공모전에서 입상을 했고 내 아이디어가 인정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공모전에서 입상을 하는 것을 기점으로, 난 다시 활력을 얻고 주장하고자 하는 주제를 좀 더 갈고 닦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학업에 대한 의욕이 다시 셈솟기 시작했다.
반박 시 네 말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