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대학원에서 농담을 연구하며
세 번째 학기엔 논문지도수업을 듣지 않고 혼자만의 공부 시간을 가져갔다. 석사학위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고,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를 토대로 쓴 독후감상문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다시금 연구를 이어갈 동력을 얻은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했다. '대학원 수업 교재', '독서모임', '개인적 연구를 위한 도서'의 서로 다른 성격의 독서를 통해 학문적 연구를 꾸준히 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신선한 관점도 생기게 되었다. 물론 성과가 곧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9월에 독후감상문 공모전에서 입상했고, 5월에 첫 번째 학술 논문이 게재됐기 때문이다.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해 나가자고 다짐했기에, 계속해서 정진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논문은 4월에 투고했고, 5월에 게재가 되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운이 좋게도 한 번에 통과가 되었다.
농담을 연구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게, '사람들이 농담을 잘 안 하면서 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농담에 대한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주장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반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농담은 그래도 유머인데, 재밌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나 농담이 왜 유머인가? 농담이 왜 재밌어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들을 먼저 적절히 해소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 농담이 매체니, 예술이니 하는 것들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할 게 뻔해 보였다.
국내의 선행 연구들을 찾아보면 농담과 유머를 구분하는 게 전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유머와 위트가 다르다 정도.
이제 내 첫 연구가 향하는 방향은 좀 더 선명해졌다. 농담을 유머와 위트와 먼저 구분하자!
논문의 핵심 주장을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농담은 유머가 아니다. 우리는 농담하다고 말을 하지만 유머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유머 감각이 있다고 표현한다.
농담은 위트가 아니다. 우리는 농담하다고 말을 하지만 위트 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위트가 있다고 표현한다.
농담은 발화 '행위'다. 반면에 유머 '감각'과 위트는 개인의 내재적 능력이다.
유머 감각이 없는 농담은 있을 수 있고, 유머 감각이 있는 일상적인 말도 있을 수 있다.
위트가 없는 농담이 있을 수 있고, 위트가 있는 일상적인 말도 있을 수 있다.
농담을 시시한 연구 주제로 생각했다면 이러한 구분이 불필요해 보이겠지만, 농담이 꼭 웃겨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농담의 새로운 활용을 고민해 볼 수 있기에 중요하다.
나는 한 학기가 지나고 3월부터 다시 논문지도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기본 주장들을 동료 연구원들 앞에서 발표도 수차례 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농담을 시시한 주제로, 왜 연구하는지 모를 주제로 여겼다. 나는 설명으로 동료들을 이해시키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결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내 논문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통과했고, KCI 등재지에 게재되는 데 성공했다.
동료 연구원들의 피드백은 소중하지만, 반드시 그 모든 것을 반영해야 할 필요는 없다.
독후감상문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에 이어, 나의 연구주제가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시사한 바가 크다.
나의 관점을 아직까지는 밀고 나가볼 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농담이 꼭 재미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름의 근거를 통해 인정받은 시점에서,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할 지점은 이것이었다.
"그러면 네가 말하는 농담은 뭔데?"
이제 농담을 매체와 연결시킬 명분이 생겼다.
농담의 매체적 특징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농담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반박 시 네 말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