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뉴욕에서 1년 살기 400일간의 기록(1)
/프롤로그/
“나 뉴욕 다녀올 거야. 한,일 년 정도?”
“갑자기? 왜? 어떻게?”
당시 막 서른이 되었던 2019년 초, 운명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났다.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대화였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어학연수나 유학 못 가본 게 지금 와서 제일 후회돼.’ ‘맞아, 맞아.’ ‘그러니까! 지금 생각하면 그때 진짜 어렸는데.’ ‘학생 때 일 년 쉬는 게 그때는 진짜 큰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는 당시 다들 조금씩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번듯한 직장, 결혼, 공무원 시험 합격. 이제는 더 이상 일 년 동안 멈추고 어딘가 간다는 게 힘들어 보였다. 나도 한참을 맞장구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지 않을까?’
그리고 며칠 후, 회사 친한 대리님과 함께 뮤지컬 라이언킹의 내한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에만 집중을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기본적인 내용이야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자꾸 옆 화면에 자막을 힐끔힐끔 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 스스로 어느 정도 영어를 곧잘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존심도 상하고 짜증이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라이언킹 자체가 특유의 억양과 말투가 있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다.) 동시에 나의 쓸데없는 경쟁 욕구도 자극이 되었다. (누구와의 경쟁? 나 자신과의 경쟁..) ‘영어 공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갑자기 ‘지금도 늦지 않지 않을까? 외국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 영어 공부도 더 하고 싶고..’라는 생각을 한 번 하기 시작하니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간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미국은 한 번도 안 가봤으니 미국을 가야겠다. 미국을 가려면 역시 뉴욕을 가는 게 짱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벌써 마음은 뉴욕을 향했을 때쯤, 엄마랑 큰언니랑 밖에서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며 여자들의 밤을 보냈고 나는 넌지시 운을 뗐다. ‘나 더 늦기 전에 미국 가서 한 번 살아보고 싶어.’ 솔직히 말하면 엄마와 언니의 반응은 의외였다. ‘무슨 잘 다니는 직장 놔두고 미국이야.’ ‘결혼이나 해라.’ 등의 말을 들을까 두려웠던 나는 ‘미국? 좋지~’ ‘그래 가라~? 어차피 너 돈으로 가는데’라는 말에 ‘어라? 나 진짜 가도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내가 미국에 가는 것보다는 돈을 보태달라고 할까 봐 무서웠던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이미 마음의 80%쯤은 뉴욕으로 가있던 출근길, 듣고 있던 라디오에서 Bon Jovi의 ‘It’s My Life’가 흘러나왔다. ‘It’s my life. it’s now or never’이라는 가사가 흘러나오는데 ‘그래, 지금 아니면 없어!’ 가는거야!라는 결심이 섰다. 이 모든 게 한 달 사이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 나는 실행력이 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