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가 우리 집을 점령했다.

사소하지만 삶을 가꿔나가는 일.

by 김애정
저녁산책.jpg 집근처 천에서 저녁산책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던 6월 말, 집안에 초파리 한 마리가 등장했다. 아침식사를 자연 식물식으로 하면서 챙겨 먹던 과일의 껍질. 그리고 다가온 여름의 온도, 습도가 문제였다. 겨울에는 과일을 깎아먹고 남은 껍질을 바깥에 두면 자연스럽게 말라서 음식물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여름이 되니 초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며칠 후 지인이 놀러 와서 과일을 깎아 주었는데 어김없이 등장하는 초파리.

“아, 여름 되니까 이놈의 초파리 때문에 미치겠어!”라고 말하는 나에게 친구가 대답했다.

“반려동물, 식물처럼 반려 초파리라고 생각하고 잘 지내봐.”

그 말이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그날 이후로 초파리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기도 하였다.

‘그래, 너도 한 생명인데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니. 잘 지내다 가렴.’


그런데 그런 나의 안이한 태도가 우리 집을 초파리 왕국으로 만들었다. ‘초파리가 점점 더 느는 기분인데?’라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초파리가 침실까지 점령한 것이 아닌가. 무시하고 잠을 자려고 했으나 눈앞에 돌아다니는 초파리에 신경이 예민해져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새벽에 나는 불을 켜고 전쟁을 선포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집에는 초파리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방에도 몇 마리, 거실에도 몇 마리, 욕실에도 몇 마리. 어딜 가나 초파리가 있었다. 나는 30대가 되도록 초파리가 알을 낳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몰랐다기보다는 한 번도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집 초파리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짝짓기도 하고 붙어 다니며 비행을 하였고, 여기저기 알을 까 놓은 것 같았다. 급하게 불을 켜고 보이는 대로 초파리를 죽이기 시작했다. 워낙 작고 빨라서 손으로는 잡기가 어려웠다. 집에 있는 항균 스프레이를 뿌리니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그렇게 초파리와의 1차전을 끝내고 난 뒤, 나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하수구와 욕실 쓰레기통에 있는 머리카락 등이 초파리가 알을 까는 주요 장소라고 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하루에 한 번은 끓는 물로 소독을 해주어야 좋다고. 인생살이 3+N 년, 독립생활도 3년 차인데 처음 배우는 것이 많았다. 그렇게 며칠을 고생한 뒤에야 다시 쾌적한 환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또 얼마 전에는 난생처음으로 에어컨 청소를 했다. 여름이 시작될 때부터 해야지 하고 미루던 일이었다. 얼마 전에 한 커뮤니티에서 에어컨에서 나오는 곰팡이균을 마시고 장염 등의 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는 정말 해야지 하고 결심하였다. 모처럼 아무 일도 없던 휴일, 필터를 뜯어보니 과연 먼지 투성이었고, 에어컨 안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한참 솔질을 한 후에야 겨우 에어컨 청소를 끝낼 수 있었다. 에어컨 청소를 셀프로 하는 법을 찾다가 새로 알게된 사실은 에어컨을 끄기전에 최소 30분 이상은 제습 기능을 틀어놓아야 내부에 습기가 말라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은 왜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일까? (성교육과 더불어서..)


간장은 냉장 보관을 하는 것이며, 화장실 샤워 후에는 찬물로 한 번 화장실을 가볍게 헹궈야 한다는 것, 냉동실 안의 음식들은 영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는 것 등. 혼자 삶을 꾸리면서 사소한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나의 주거환경을 완성시켜준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러한 환경이 나의 하루를 넘어서 나를 만들어주고 있다. 정작 직장에서는 이제 능숙해질 때가 된 30대가 집에서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 여간 웃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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