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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정 Jul 26. 2022

See ya, New York!

퇴사 후 뉴욕에서 일년살기. 400일간의 기록(5)




뉴욕은 정말이지 멋진 곳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이랑 비교해서 새로울 것이 많이 있는 곳도 아니다. 조금 더 크고 화려한 빌딩들이 있을 뿐이다. 사실 뉴욕에서 내가 가장 새롭다고 느낀건 강아지들이었다. 뉴욕에는 다양한 인종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강아지들이 살고 있다. 이름 모를, 종 모를 강아지들이 더 많다. 어느 순간 그게 너무 낯설게 느껴졌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한국에서 특정 강아지 종들에만 많이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뉴욕에서 보던 강아지들은 한국에서 자주 보던 작고, 귀엽고, 하얀 강아지들과는 달랐다. 그들의 생김새는 다양했으며, 크기도 다양했고, 색깔도 다양했다. 한국에서도 이 모든 게 낯설어지고, 다양한 강아지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뉴욕에 있는 강아지, 한국에 있는 강아지, 세상의 모든 강아지 친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할로윈/

10월이 시작되면 뉴욕은 여기저기 할로윈 준비로 바쁘다.  거리는 나뭇잎과 온갖 호박 장식으로 물들기 시작하다. 뉴욕에서는 어린이들을 많이 본 적이 없다. 탁 트여있는 공간과 일 년 내내 따스한 햇살 품고 있는 서부, 그리고 일부 동부지역에 비해 밖은 높은 빌딩과 차들, 값비싼 레스토랑만이 즐비해 있다 보니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지역은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루는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고 평소 보지 못하던 풍경에 어색함을 느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맨해튼에서의 할로윈은 아이들이 Trick or Treat을 하는 날이라기 보다는, 성인들이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매년 맨해튼 시내에서는 할로윈 퍼레이드가 열린다. 퍼레이드는 다운타운의 6th Ave & Spring stree에서 시작하는데, 앞줄에서 관람하고 싶다면 일찍 가서 자리를 맡는 것이 필수이다.


친구들과 함께 Spring street으로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았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다행히 앞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고, 대화뿐 이었다. 거기서 제주도에서 온 제주소년과 처음으로 오래 대화를 했다. 이제 막 군대를 제대하고 뉴욕에 온 친구였다. 서로 어떻게 뉴욕에 오게 됐는지, 여태까지의 생활은 어땠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어리지만 참 단단한 친구였다. 그도 관심 없을 법한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뉴욕에서의 할로윈 하면 그와 나누었던 길고 지루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그가 뉴욕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날, 길을 걷다가 그가 말했다. “누나, Nuts 4 Nuts 먹어봤어요?”, “아니?”, “이건 꼭 먹어야돼요!”라며 Nuts를 팔고 있던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 가격에 하나를 더 달라고 조르는 제주소년과 ‘안된다’고 말하는 아저씨 사이의 실랑이는 제주소년의 승리로 끝났다. ‘오늘이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이다.’라는 감정적 호소에 넘어간 것인지, ‘이 자식 진짜 끈질기군. 먹고 떨어져라.’의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후자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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