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워크숍 후기

(해방촌에서 초보 작가들과_스토리지북앤필름)

by 김애정

지난 6월.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진행하는 독립출판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언제 한 번 들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던 터였는데, 모집을 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바로 신청을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사전 정보가 없었기에 용감하게(?) 지를 수 있었던 것 같다.


1주차

다양한 독립출판물에 대해서 소개해 주셨다. 1년 동안 수영을 배우면서 수영장에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태재_스무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쓴 연애편지를 엮어서 만든 책(남하_조금 더 쓰면 울어버릴 것 같다. 내일 또 쓰지), 하루 동안 핸드폰을 끄고 생활해 본 경험을 만화로 그린 책(김규림_로그아웃 좀 하겠습니다.), 프로방스에 여행을 하며 기록을 엮어 만든 책(장성주_내가 만일 프로방스에 집이 있다면) 등. 정말 다양한 독립출판물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간 독립출판물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독립출판물은 전문작가보다는 아무래도 글의 수준이 떨어지고,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글만이 모아져 출판이 된 책이었다. 독립출판물이 개인적인 것은 맞다. 많은 에세이 책이 그렇듯 개인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그것을 글로서 풀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첫 수업 이후로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빠졌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 기성 출판물과 달리 독립출판물은 정말 다양했다. 다양성이 주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제작자의 취향과 노력이 고스란히 들어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물론, 독립출판물도 1쇄, 2쇄.. 계속해서 제작을 하는 책들도 있지만, 소량의 인쇄로 인한 희소성도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다른 이야기에 앞서 워크숍 참여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모든 이야기는 책이 될 수 있어요.”, “각자만의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마치 ‘책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버킷리스트다!’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책을 제작해 보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예요. 모두들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까지의 숙제: 책 한 권 만들어서 PDF로 저장해오기.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엇? 이렇게 빨리 진행이 된다고?...’


약 3년 전쯤, 나는 퇴사를 하고 ‘뉴욕에서 일 년 살기’를 하였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도 일 년이 넘도록 생각만 하다가 진행을 못하고 있었다. 책의 주제야 있었지만, 그간 써놓은 글감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다음 시간까지 책을 한 권 만들어 오라니. 조금은 황당한 숙제였다.


원래 이 수업은 1주일에 한 회씩 진행이 되는 워크숍이다. 하지만 책방의 사정상 일주일을 건너 뛰어서 두 번째 수업까지 다행히 2주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부터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책 제작에 투자했다. 다행히 내가 기획하던 것은 포토 에세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었다. 하지만 사진을 고르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투자되었다. 그리고 새벽에도, 퇴근 후에도 열심히 글을 썼고 결과적으로는 2주일 만에 책 한 권이 완성되었다.

2주차

다 같이 모여서 PDF로 저장된 책을 공유하였다. 다들 2주 만에 만든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가 좋았다. 그중에서는 글감이 조금 있었던 분도 계셨고, 전에 가재본까지 하셨던 분도 있었다. 또한 한 분은 사진집을 만드셨는데 사진을 찍을 때부터 본인만의 책을 만들 생각을 하고 계셨다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수정하면 좋을 것 같은 부분들을 짚어주셨고, 2주 차의 과제는 책의 가제본을 만들어 오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출판의 인쇄 과정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인쇄는 크게 두 가지로, 디지털 인쇄와 Off-set 인쇄가 있는데, 디지털 인쇄는 100부 이하의 소량을 말 그대로 디지털로 인쇄하는 것 이었고, Off- set 인쇄는 판을 짜서 300부 이상의 대량 인쇄에서 사용되는 인쇄였다.



3주차

일주일 동안 열심히 교정, 교열을 보고 가재본을 하였다. 가재본을 해보니 내지의 두께, 종이의 종류에 따른 사진의 질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책을 받아서 다시 읽어보니 교정할 부분이 새롭게 보였다. 또한 막상 재본을 하고 보니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표지 디자인을 전면 수정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다른 분들도 다들 가재본을 해서 가져왔는데 ‘와~정말 책이네요?’라며 서로 신기해하였다.

3주 차의 수업은 유통에 관한 부분이었다. 독립출판의 유통구조에 대한 부분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고, 그에 따라서 가격 측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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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차

드디어 마지막 시간. 책의 시작은 워크숍을 하며 같이 하였지만, 실제 출판은 이제 본인의 몫이었다. 각자 다시 교정, 교열, 편집을 하여 가재본을 다시 해보고, 펀딩을 진행할지 안 할지, 언제까지 인쇄를 하고 유통을 시킬지, 인쇄는 몇 부를 할지에 대한 각자의 계획을 세워보았다. 그리고 책 소개 글을 작성하였다. 4주 차가 되니 벌써 다시 나태해진 것이 느껴졌다.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 좋았던 점은 일단 기한을 정해줌으로써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여 일 년 동안 미뤄왔던 일을 2주 만에 가능하게 해 준 점이 가장 크다. 또한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소개해 주고, 몰랐던 유통구조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유익한 수업이었다.

아쉬웠던 건 사전 정보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 워크숍은 어느 정도의 글감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야 가능한 워크숍일 것 같다. 일주일 만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하는 사람들은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적어도 스토리지 북앤필름에는 책 입고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정식 입 고메일을 통해 입고는 받는다고 말하는 선생님에 조금 섭섭하기도 하였다. 여기도 엄연히 장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워크숍 비용을 생각하면 단 몇 권이라도 받아줘서 판매 경험까지 연결시켜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보다는 좋았던 것이 많았던 경험이었다.


독립출판을 생각만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워크숍을 적극 활용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초보 동료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길잡이가 되어줌에는 틀림이 없다. 현재 나는 독립출판물을 실제로 출판하기 위해여 내용을 추가하고 열심히 교정, 교정, 펀딩을 준비 중이다. 나의 작가 동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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