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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정 Feb 21. 2023

내가 훌라를 추며 배우는 것들

연진이가 훌라를 췄더라면

“나 요즘 훌라배워.” 
“훌라? 훌라가 뭐야?”

훌라를 배우기 시작하고 두 달 차가 되었는데, 내가 훌라를 배운다고 하면 하나같이 나오는 반응은 “훌라????”라고 하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다. 그리고 도무지 감도 안 온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나는 슬그머니 내가 뚝딱이면서 춤을 추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동영상속의 나는 내가 봐도 참 몸치이다. 골반은 아직도 갈 길을 찾지 못했으며, 스텝은 꼬이고, 손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하나 좋은 것이 있다면 동영상속의 진심으로 웃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나는 타고난 몸치였다. 반면 초등학교 때 단짝 친구는 춤을 좋아했었는데, 그런 친구의 진두지휘를 받으며 연습을 해서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앞에 나가서 춤을 추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도 춤 자체를 즐긴 건 아니었다. 그냥 친구들과 춤 연습하는 시간이 좋았고, 앞에 나가서 주목받을 기회를 얻는 것이 좋았다. 


그 이후로 성인이 된 나는 친구들과 배 터지게 밥을 먹고 소화시킨다고 ‘저스트 댄스’만 할 줄 알았지, 춤이라면 언제나 꽝이었다. 그런 나에게 작년 말, 타히티 춤을 춘 경험은 너무 새로웠다. 한껏 흔들고 난 후 몸과 마음이 너무 상쾌했다. 처음 맛보는 몸의 해방감 이었다. 


‘내가 춤을 춘다고?’ 


색색깔의 예쁜 파우(훌라치마)

그 이후로 비교적 접근성이 더 용이한 훌라 강습을 찾아서 훌라를 배우기 시작했다. 

손으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노래와 함께 손과 발을 움직였다. 처음 훌라 수업을 듣고 난 후 돌아가며 소감을 공유했다. 나의 첫 소감은 이러했다. “훌라에 명상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재에만 집중하게 해주고, 미소를 계속 강조하니 웃게 되고,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그리고 한 주 뒤, 첫 수업과는 달리 답답한 마음이 올라왔다.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와 주지 않았다. 계속 스텝은 꼬이고, 골반은 안 나가고.. 더 잘 하고싶은 욕심에 짜증이났다. 수업이 끝나고 솔직하게 소감을 말했다.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까 조금 짜증이났어요.. 근데 제가 이거 즐기려고 하는건데, 또 뭐하러 이런마음을 갖나 싶기도 했고요.내려놔볼게요.” 그리고 이어서 “다음시간 까지 열심히 연습해올게요.” 이 말에 사람들이 빵 터졌다. “OO님, 방금 내려놓으신다고 해놓고, 또 열심히 연습한다고. 하하하”   


그리고 5회, 6회…계속 훌라를 추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마음이 받아들여졌다. ‘내가 잘 하고 싶나 보다, 잘 하고 싶을 수도 있지.’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 그냥 즐기고자 하니 다시 마음이 정화되었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고, 새로운 멤버가 훌라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걸! 심지어 첫 수업을 빠져서 못 들었는데도 모든 춤을 소화하였다. 그리고 모든 동작이 너무 자연스럽고, 예뻐 보였다. 평소라면 ‘나보다 늦게 들어왔는데, 나보다 잘 하네, 주눅 든다.’라고 생각하며 비교와 시기, 질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분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그냥 마냥 함께 훌라를 함께 추는 게 좋았다. 이게 훌라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끝나고 소감을 나누었다. “처음 들어오셨는데, 진짜 저보다 훨씬 잘 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너무 좋네요. 좋은 에너지가 더해진 것 같아서 좋아요. 저는 그냥 뚝딱이 할게요.” 


훌라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제가 최근에 뒤늦데 ‘더 글로리’에 빠졌는데요,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아..연진이가 훌라를 췄더라면…” 그 말에 우리는 다 함께 웃었다. 훌라는 그런 것이다, 서로를 사랑하고, 자연에 감사하고, 조상들의 지혜를 들여다보며 하나의 언어를 배워가는 시간. 연진아, 훌라추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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