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의 태도를 만들어준 한 문장

포르투의 길 위에서

by 김애정
(포르투갈에서)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행동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언젠가 듣고는 마음속에 새겨 둔 말이다. 예전에는 참 화가 많았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들에 나는 끊임없이 화를 내고 있었다. 날씨가 안 좋으면 오늘 날씨는 왜 이리 우중충한지 불평했고, 나쁜일이 생기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는지 원망하고 짜증만 냈다. 사귀던 남자친구가 변심을 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저 말을 들은 이후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 일은 이미 일어난 거잖아. 여기서 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내가 더 불행해질 수도 있고, 행복해질 수도 있어,’


몇 해 전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여름휴가로 유럽으로 여행을 가기로 계획하였다. 일 년에 한 번 주어진 여름휴가이기 때문에 8박 9일을 알차게 보내려고 계획을 꼼꼼히 세웠다.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여행 가방도 두 번씩 체크하고, 유로화도 미리 환전하여 안전하게 캐리어 가방에 넣어두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었고, 나는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출발을 하고 드디어 포르투갈 공항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 캐리어가 나오지를 않았다. 다급하게 안내센터를 찾아갔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포르투갈까지 가는데 직항이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를 경유하였다. 직원의 말로는 경유지에서 내 가방이 누락된 것 같다고 하였다. 짐은 공항으로 다시 올 경우 내일 받을 수 있으며, 택배로 원하는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며칠이 더 소요된다고 하였다. 순간적으로 너무 짜증이 났다. 이 짧은 휴가에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데, 내일 일정을 포기하고 다시 공항으로 와야 한다니. 더군다나 지금 나한테 있는 가방에 있는 거라곤 지갑과 여권, 핸드폰 그리고 휴대용 칫솔이 다였다. 그래도 오늘 하루라도 버릴 수는 없다 싶어서 시내에 나가 돌아다니며 유럽에서의 힘든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공항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내 캐리어가 도착해있었다. 몇 년 동안 보지 못한 가족을 보는 것처럼 반가웠다. 캐리어를 가지고 숙소에 와서 반가운 짐들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모든 것은 다 제자리에 있었는데, 환전해서 고이 모셔놨던 여행자금, 유로화가 안 보였다. 몇 번을 다시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알고 보니 캐리어에 현금을 넣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다. 현금의 특성상 잃어버려도 증명할 길이 없었으며, 유럽항공에서는 중간에 현금이나 귀중품이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였다. 당시 꽤나 큰돈이기도 했고, 여행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실수를 한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더군다나 이미 캐리어를 늦게 받아서 어제도 짐 없이 고생을 하고, 오늘도 공항까지 다녀오는 수고를 한 터라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 그때, 그 말이 딱 떠올랐다.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행동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이미 캐리어가 늦게 도착하고, 여행 자금의 전부를 잃어버렸지만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그 일은 내가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이대로 화가 난 상태로 여행을 마무리하거나, 잊어버리고 최고로 행복한 여행을 하거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모든 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핸드폰, 여권을 안 잃어버린게 다행이었다. 또한 나에게 현금은 없었지만 신용카드는 있었다. 그때부터 남은 여행 기간 동안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두 번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더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였다. 사치스럽지만 먹고 싶은 음식도 혼자서 두 개를 시켜서 맛보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정말 최고의 여행이 되었다. 그 여행지에서 내가 잃은 것은 고작 돈 몇 푼 이었지만, 얻은 것은 앞으로의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삶의 비결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을 실제로 실천한 나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으며, 직접 경험을 해보니 그게 좌우명을 넘어서 나의 삶의 태도가 되었다.그래서 오늘 하루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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