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집회현장으로

대재난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

by 김애정

*이 글의 부재인 <대재난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는 리베카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의 부재임.

작년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고 벌써 10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주에는 친구들과 미리 예정되어 있던 여행을 떠났고 저녁을 먹으며 뉴스를 지켜보았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집단퇴장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많이 일이 일어났다.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였고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갔다. 12월 14일에는 혼자 국회로 향했다. 가방에는 간식과 따듯한 물, 직접 만든 피켓과 뜨개촛불, 보조배터리 그리고 그간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약 20개 정도의 핫팩을 들고나갔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서 사람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추워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는 핫팩을 나눠주기도 하며 국회 앞을 지켰다. 그리고 4시가 넘어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소리를 질렀고 잠시나마 승리의 경험을 다시 맛보았다.


그 순간도 잠시, 긴 겨울 동안 지겨운 윤 대통령의 구속과정과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국민들은 지켜봐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겨우 구속이 된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석방되었다는 힘이 빠지는 뉴스를 또 들어야 했다. 그렇게 지난 3월 15일, 다시 광화문으로 나갔다. 다시 피켓을 만들고, 간식을 챙기고, 보조배터리를 챙겼지만 이번에는 핫팩이 필요 없었다. 목련의 봉우리가 고개를 내밀고,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이었다. 한 겨울에서 따스한 봄이 될 때까지 변한 게 없다는 게 너무 허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무함도 잠시, 동료시민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니 든든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많은 인파가 모였는데도 모두가 너무나 질서 정연하여서 답답함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난겨울 집회와 이번 집회가 가장 달랐던 점은 연령 대였던 것 같다. 지난겨울에는 확실히 2030 여성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후에 3월 1일에 경복궁에 달리기를 하러 갔다가 일명 ‘태극기집회’를 마주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50-70대 사이로 보였다. 나도 모르게 내 안의 편견이 조금 더 굳어지게 되기로 하였는데, 이번 집회를 다녀와서 젊은 남성들, 나이 있는 어르신들을 보고 나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리고 전국에서 깃발을 들고 모인 사람들을 보니 이상하게 계속 코가 찡해지고 눈물이 글썽였다. 그중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있었고, 삼성 반도체공장 진상규명을 위한 사람들 등 여러 사람들이 다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안전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 사람들의 발언을 듣고, 앉은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다가 시간이 되어 다 함께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악기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흥을 잃지 않는 역시 해학의 민족다웠다.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집회는 종로 대로변을 돌아 종각에서 마무리되었다. 계속해서 구호를 외치며 중간에는 목이 아파오기도 하였다. 잠시 선창구호가 약해졌을 때 어딘가 가늘고 여리지만 동시에 강한 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분들은 선창을 이어서 시작했다. 나는 쉴 수 없었고, 다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함께 간 친구에게 내가 주었던 간식들은 친구를 통해 또 그분들에게 전달되었다.


하루빨리 대한민국에도 진짜 봄이 오기를 바란다.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고 따스한 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리베카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읽었고,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부제가 ‘대재난속에서 피어나는 혁명적 공동체에 대한 정치사회적 탐사’인데,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집회를 참여하며 직접 동료시민들을 마주하며 조금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도 피어난 이 혁명적 공동체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집회가 마무리되고 집에 가는 길에 그 광경을 본 지나가는 시민 두 명의 대화를 흘려들었다. “진짜 사회가 바뀌려나?” “안 바뀌지~” 바뀌지 않는다고 대답한 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냉소는 힘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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